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논의한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의원들의 반발로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당원주권주의’를 강조해왔는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소신의 배경에 취약한 의원 지지 기반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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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의도에서는 ‘친청’과 ‘친명’ 간 계파 구도가 한층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정 대표가 내년 8월 당 대표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친청계로 분류할 만한 의원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인1표제 도입 논의부터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에 이르기까지 정 대표가 주요 현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현역 의원 다수가 제동을 거는 양상도 반복되고 있다.
이른바 ‘정청래의 사람들’은 대표 임기 초부터 소수였다. 지난해 6월15일 정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선언 현장에 동행한 의원은 최기상·임오경·문정복·장경태·박지혜·양문석 의원 등 6명에 그쳤다.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의 출마선언에 현역 의원 50여 명이 모인 것과는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현재 친청 색채를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친명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로는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이 꼽힌다. 두 사람은 정 대표 출마 때부터 유세현장에 동행한 핵심 우군으로, 지난해 12월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도 ‘친청’ 후보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원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며 지도부에 합류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정청래 지도부에서 법률위원장을 지낸 대표적 당권파 인사로, 최근에는 친명계로부터 사퇴 요구까지 받았다. 이 최고위원이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한 뒤, 전 변호사가 과거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김성태 쌍방울 회장 측 변호인단에 참여했던 이력이 드러난 것이 발단이 됐다.
문정복 최고위원 역시 대표 임기 초 핵심 당직인 조직사무부총장으로 활동하며 친명계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는 ‘친명’으로 분류되는 유동수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을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한 문제를 두고 유 위원장 측과 거친 설전을 벌였다.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 대표의 합당 결정에 강하게 반발한 이언주 최고위원과 수차례 충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한민수 비서실장, 김영환 정무실장, 박수현 수석대변인 등도 대표적인 친청계로 꼽힌다. 다만 친명·반청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최근 결성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공취모)에 87명이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친청계는 여전히 수적 열세인 상황이다.
친청계 결집이 더딘 데에는 잇단 악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경태·최민희 의원은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친청계지만, 이후 성추행 의혹·피감기관 축의금 논란에 각각 휘말렸다. 특히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이자 정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혀온 장 의원은 성추행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개시되면서 사실상 공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정 대표는 부족한 의원 지지를 당 외부의 지원으로 보완하는 모양새다. 합당을 공개 지지한 방송인 김어준 씨와 유시민 작가 등 범여권 ‘빅 스피커’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욕을 먹더라도 당대표로서 해야 할 일”(김어준), “절차를 걸며 시비를 걸어선 안 된다”(유시민) 등 정 대표에게 힘을 싣는 발언에도 당내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고, 합당은 결국 무산됐다. 의원 반대를 당원 지지로 돌파하려던 정 대표의 계획이 ‘소통 부재’라는 지적에 가로막히면서, 그의 세력 확장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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