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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코인거래소 ‘지분 제한’ 추진에... 스타트업계 “이런 나라서 누가 사업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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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대주주 지분 15~20% 제한 추진

    정책포럼에서 전문가,업계 반발

    “지분 제한은 전 세계 유례 없어”

    “일률적 규제 부정적 효과만”

    “규제 리스크 사업 감당 못해”

    “벤처 생태계 성장 동력 잃어”

    조선일보

    24일 디지털금융법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해 서울 양재동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거래소 지분 규제에 대한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 왼쪽부터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 강현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류혁선 카이스트 교수, 정혜련 경찰대학 교수,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교수, 김윤경 인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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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도입되면, 이런 나라에서 어떤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한국 말고 외국으로 나가지 않겠습니까?”

    24일 디지털금융법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해 서울 양재동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거래소 지분 규제에 대한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도입안에 대해 “혁신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규제” “창업 사다리를 걷어차는 황당 규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제정 목표인 ‘가상 자산 2단계 법(디지털자산기본법)′에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학계와 산업계 전반에서는 혁신 위축, 산업 성장 동력 약화, 경영 불확실성 확대 및 기업가 정신 훼손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민간 투자와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 산업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사후적·일률적 지분 규제가 도입되면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 위축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정부 “코인거래소 공공 인프라 규제 필요”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 2단계 법’을 이르면 이달 말 발의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순 민간 플랫폼에 그치는 게 아니라 준 금융기관이자 공공 인프라로 기능하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2단계 법은 작년부터 시행 중인 이용자 보호 중심의 ‘가상자산 1단계 법’ 범위를 확장해 가상자산의 발행과 유통, 지배구조 등 운영 전반에 대한 규제 체계를 완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약 1100만명이 이용하고 수조원대의 국민 자산이 오가는 공적 금융 인프라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특정 개인(오너)이 거래소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경우 거래소 운영과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식을 분산시킨 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5대 거래소 모두 지분 내놔야

    금융 당국은 대주주 지분율을 주식 시장의 대체 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NXT는 특수 관계인을 포함해 의결권 주식의 15%를 초과 소유할 수 없다. 금융위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15%를 초과해서 보유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가상 자산 거래소도 ATS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거래소 최대 주주 현황을 보면, 업비트(두나무)는 송치형 의장이 약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 코인원은 차명훈 대표가 53.4%, 코빗은 미래에셋컨설팅이 92%(대주주 변경 승인 대기 중), 고팍스는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가 67.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정부의 지분 제한 규제가 도입되면 가상 자산 거래소 대주주들 모두 수천억 원어치 이상의 지분을 강제로 팔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이 흔들리거나 해외 자본에 헐값에 팔릴 우려가 크다. 업비트(두나무)의 가치는 15조원 수준인데, 만약 지분 규제가 20% 수준으로 통과되면 송치형 의장은 나머지 지분 5%(7500억원)를 팔아야 한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고생고생해 시장을 키우고 만들어놨더니 뒤늦게 지분을 팔라고 하는 전 세계 유례없는 황당 규제”라며 “경영권, 보상이라는 자본주의 기본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했다.

    ◇전문가들 “유례없는 규제”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정부의 지분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같은 규제는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지분 제한 규제는 해외 사례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 뉴욕주의 경우 가상 자산 거래소 관련 사업의 자격을 신청할 때 범죄 및 수사 기록 등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지분 상한 같은 규제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적 특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과 증권사와는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금융 인프라’ 규제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산업적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규제 도입에만 집중하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정거래법을 통한 규제 전례는 있어도, 대주주에게 지분 매각을 강제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제 막 다시 성장하려는 산업을 다시 짓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현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예전에 빗썸이 전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가 될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그러나 규제 등으로 거래소들이 줄어들고 결국 중국의 바이낸스가 가상자산 거래소 1등이 됐다. 시의적절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또 밀리게 된다”고 말했다. 정혜련 경찰대 교수 역시 “국내와 해외의 구조적 차이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일률적으로 규제를 강화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반작용과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가상 자산 거래소를 ‘금융 인프라’로 보고 있어 이런 규제를 하는 것인데, 단어의 규정 자체가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인프라라는 것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며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없이 현재 산업이 돌아가기 어려우면, AI와 클라우드 기업도 인프라라는 소리와 똑같다. 한 번에 규제할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특정한 기업을 인프라 기관으로 정의하고 법을 소급 적용해서 지분 보유 한도를 규제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규제 리스크가 너무 크면 사업하는 사람들이 감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규제가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은 “이번 규제가 통과된다면, 디지털 금융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될까 봐 걱정된다”며 “신사업 분야는 보통 융합적인 부분이나 플랫폼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인프라적인 성격이 강하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인프라 개념의 잣대를 모든 산업에 들이댄다면, 벤처 생태계 자체가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안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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