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7 (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단독] ‘학폭 재판 노쇼’ 피해자 유족 “이름도 틀린 판결, 그대로 확정 안 돼”… 대법원에 위헌제청 신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이른바 '재판 노쇼'로 피해를 입은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다 재판에 세 차례 불출석하고 상고 기간까지 놓쳐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학폭 피해자 고(故) 박주원양의 이름을 ‘박수현’으로 잘못 기재했다가 뒤늦게 경정한 사실이 3일 확인됐다. 유족 측은 최근 대법원에 ‘심리불속행 기각’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며 “형식적 재판이 그대로 확정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201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고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2016년 가해 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비롯됐다. 당시 소송을 대리한 권 변호사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출석하지 않았고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돼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약 5개월간 패소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아 상고 기간을 넘겼다. 2022년 패소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23년 6월 권 변호사에 대해 변호사 자격 1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유족은 이후 권 변호사를 상대로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2024년 6월 권 변호사가 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항소심은 배상액을 6500만원으로 늘렸다. 다만 항소심은 유족 측이 주장한 11개 잘못된 행위 중 ‘항소심 세 차례 불출석으로 인한 항소 취하 간주’와 ‘패소 판결 미고지로 인한 상고 기간 도과’ 두 행위만을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로 인정했다.

    유족 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지난달 13일 대법원에 상고심 절차를 규정한 ‘심리불속행’ 제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심리불속행은 상고 사건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의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본안 심리 없이 기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유족 측은 “변호사의 과실로 상고심 재판을 받아볼 기회를 박탈당한 피해자에게, 국가가 구체적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의 악순환”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또 원심 판결문 곳곳에서 고인의 이름(박주원)을 ‘박수현’으로 잘못 기재한 점도 문제 삼았다. 유족 측은 상고이유서와 보충서를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로부터 또 다른 좌절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원심 재판부가 이 사건을 얼마나 형식적으로 대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당시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23일 항소심 선고 이후 나흘 뒤인 27일 판결 경정 결정을 통해 이름을 수정했다. 유족 측은 원심의 위자료 액수 역시 더 높게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유족 측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이재성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해 “이 사건은 법률 전문가를 믿었다가 재판받을 권리마저 잃은 참담한 사건”이라며 “변호사 업계 전체에 씻을 수 없는 원죄 같은 상처를 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을 종결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오유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