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인스턴트를 가까이하고, 식이섬유 섭취와 운동을 멀리해 소아비만이 된 어린이를 그린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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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다. 비만이 그저 몸매 문제가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근원이 된다는 공식 경고였다. 이후 세계 각국이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건만, 어떻게 된 일인지 비만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더 늘어 10억명이 넘는다.
문제는 비만을 질병이 아닌 개인의 실패로 여기는 일이 많다는 사실이다. 넷플릭스 영화 <맵고 뜨겁게>는 복싱 선수로 거듭나려는 비만 여성 러잉의 힘겨운 살 빼기를 다뤘다. 그는 혹독한 훈련 끝에 50㎏ 감량에 성공하고 자존감을 되찾는다. 그를 움직인 건 복싱장의 전단지 문구다. “이겨본 적 있습니까? 단 한번이라도!” 이 영화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동병상련 때문이었을 것이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살을 빼기로 결심하는 뚱뚱한 남자 이야기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연작시에서 빌려온 제목처럼 아름다움에 ‘멸시’당하고 ‘멸시’하는 우리들을 보는 듯하다.
그렇지만 비만은 개인의 게으름으로만 돌릴 수 없는 보편적인 질환이 됐다. 한국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이다. 2022~2024년 소아(6∼11세)와 청소년(12∼18세) 비만 유병률은 10년 전보다 각각 4.9%포인트, 3.6%포인트 올라갔다. 어릴 때 비만이면 건강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더 커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세계비만의날(3월4일)을 맞아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관리수칙’을 내놓았다. 정부가 소아청소년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보고 별도 예방수칙을 마련한 건 처음이다. 초등학생 대상 수칙에는 아침밥을 제때 챙겨 먹고, 목이 마를 때는 단 음료 대신 물을 마시며, 과자 대신 과일이나 우유를 먹자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다이어트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맥빠지는 일이지만, 이 수칙은 새로울 게 없다. 적당량을 먹고, 부지런히 운동을 하는 것이다. 달고 살 안 찌는 음식은 세상에 없다. 다이어트 목적도 이제 체중 감량보다는 건강을 위해서로 바뀔 때가 온 것 같다. 명심해야 할 것은 더 이상 자기혐오를 이용해 지갑을 열게 하려는 계략에 넘어가진 말자는 것이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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