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란 원유 최대 수입국 ‘직격탄’… 사태 장기화 땐 제조업 경쟁력 약화
이란 포함 중동 LNG 생산도 ‘비상’… 美 ‘알래스카 LNG 개발’엔 호재로
“에너지, 美의 中견제 수단 될 수도”
● 이란 공습, 중국 ‘저가 원유 전략’에 직격타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공습의 명분으로 안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노림수는 중국의 에너지 조달 구조를 압박하는 데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미국은 중동발 공급이 흔들릴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선다.
반면 중국은 이란, 베네수엘라 등 제재 대상 산유국으로부터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원유를 들여와 제조업 원가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이란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경우 중국의 ‘저가 원유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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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열린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청문회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하루 평균 원유 수입량은 약 1110만 배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140만 배럴, 전체의 13% 가량이 이란산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이란 해상 원유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사들이는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국이 들여오는 원유의 약 3분의 1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단행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입 단가 상승으로 중국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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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미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에서도 타격을 입은 상태다. 올해 1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에 나서면서 하루 평균 약 27만 배럴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이 중단됐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값싼 원유를 조달해오던 중국의 원유 수급 계획이 미국의 두 차례 군사 작전으로 사실상 무너진 셈이다. 미국 에너지연구소(IER)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베네수엘라 변수로 중국의 저가 원유 조달 구조가 흔들리고 미국 대비 전략적 열세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중동 해상 리스크 확대… 美 중심 에너지 질서 재편 신호
이번 사태의 파장은 원유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가스전이 막대한 타격을 입거나, 중동 주요 LNG 생산국의 수출 물량 대부분을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중동산 가스의 해상 운송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2일(현지 시간)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세계 최대 LNG 생산시설인 카타르의 라스라판 단지와 메사이이드 산업단지가 가동을 멈추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LNG 가격이 50% 가까이 급등했다. 중동발 리스크가 원유를 넘어 글로벌 LNG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이 대안 공급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 가스전을 개발해 약 1300km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항만으로 운송한 뒤 이를 아시아 시장에 수출하는 구상이다. 총 사업비만 4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수익성 논란으로 장기간 답보 상태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란 공습 이후 중동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공급 다변화에 나설 경우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국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공습이 단순한 군사적 긴장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미국은 2010년대 초 셰일가스 혁명 이후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올라섰고, 원유 역시 전 세계 최대 생산 국가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격과 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국의 영향력이 국제 사회에서 확대될 것”이라며 “에너지가 미국과 치열한 패권 경쟁을 진행 중인 중국을 견제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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