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 불기소했다고 피해자가 거짓말한 것으로 단정해선 안돼”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이 보이고 있다. 2026.02.12. 서울=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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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언론 인터뷰를 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대학교수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성폭행 의혹 사건은 종결됐으나 피해자의 주장을 허위라고 쉽사리 단정해선 안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경북 지역 모 사립대 교수 김모 씨의 명예훼손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김 씨는 2021년 2월 경찰에 동료 교수 A 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한 뒤, 같은 해 5월 복수의 매체와 인터뷰하며 ‘A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 씨는 2021년 4월 한 언론사 기자에게 ‘2019년 6월 회식을 마친 뒤 동료 교수 A 씨가 집에 바래다준다는 핑계로 집까지 따라 들어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씨는 같은 해 5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료 교수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다음 날인 12일과 13일에는 각각 다른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지속적인 성추행이 있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해 참을 수 없었다”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경찰은 2021년 7월 A 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했다.
김 씨는 불복해 이의 신청을 했지만, 검찰은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김 씨는 재차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으나 2022년 9월 기각, 다음 해 5월 A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수사 기관의 불송치·불기소 결정 등에 기초해 “김 씨 주장은 허위 사실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또 김 씨에 대한 명예훼손도 인정해 “기자들과 인터뷰 해 방송사 보도가 이뤄지게 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김 씨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은 1심을 뒤집고 김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김 씨가 A 씨로부터 강간당했다고 한 발언이 허위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는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만으로 곧바로 김 씨가 강간당했다는 것이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와 A 씨가 경찰에서 받은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를 보면 3회 모두 거짓반응이 나왔고, 이를 보면 A 씨의 진술이 김 씨의 진술보다 신빙성이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받아들여 무죄를 확정했다.
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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