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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이창용 한은 총재 “아시아 고속성장 순풍 약해져…정책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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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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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등 아시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 산업정책의 틀이 바뀌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기보다 민간 금융기관에 맡기고 간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5일 국제통화기금(IMF)이 태국 방콕에서 개최한 ‘아시아 2050 컨퍼런스’에서 ‘아시아의 미래: 세계 성장의 엔진 역할은 계속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총재는 아시아가 오늘날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성장에 대한 아시아 기여율은 1970년대 약 20%에서 현재 60%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기여율도 약 18%에서 30%로 높아졌다.

    이 총재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아시아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제조업 산출의 절반 이상을 아시아가 담당하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은 양질의 블루칼라 일자리를 대규모로 만들어 소득 개선과 불평등 완화에 기여한다.

    이 총재는 최근 무역 갈등으로 인한 세계화 재편, 선진국이 제조업 자립화를 추구하며 산업정책에 복귀하고 있는 점, 자동화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제조업이 예전만큼의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점 등 세 가지를 아시아가 마주한 위험 요인이라고 꼽았다. 그는 “과거 아시아 고속 성장을 떠받쳐왔던 순풍이 약해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역풍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며 “아시아가 앞으로도 세계 경제성장의 60%를 차지하는 성장엔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산업화에 성공한 아시아 국가들이 성장을 지속하려면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총재는 우선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에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은 선진 제조업을 모방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기술 최전선에 가까워진 국가일수록 더 이상 모방할 선진 모델이 없고, 정부가 특정 산업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려워졌다는 게 이 총재 설명이다.

    이 총재는 또 “정부의 산업정책도 이제는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 즉 온렌딩(On-lending)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별하기보다는 프로젝트 위험도에 따라 민간 금융과 함께 위험을 나누고, 지원 기업의 선정은 민간 금융기관에 맡기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산업정책과 구조개혁의 성과를 비교하면서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전략 산업의 육성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개혁, 여성·고령층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 고령화 해결을 위한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게 이 총재 설명이다.

    이 총재는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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