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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8 (일)

    [아침뜨락] 애환 실은 '시루섬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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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매일

    아침 창가에 따스한 햇살이 거실에 드리운다.

    뜰 안에 나무 가지에도 생동하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 지인 몇분과 함께 이달에 개통한다는 단양 시루섬 출렁다리를 찾아가 보았다.

    아직 온전하게 잘 단장은 되지 않았지만 여기에는 남다른 애환이 젖어있는 곳이라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었다.

    시루섬은 1985년 충주 댐이 만들어 지면서 지금은 작은 섬의 흔적만 남아 있지만 시루섬의 유래와 역사를 보면 이곳은 퇴적물이 광범위하게 쌓여 이루어진 섬으로 단양을 관통하며 흐르는 남한강이 상진리 만학천봉 절벽에 부딪혀 돌아나가면서 형성됐다.

    마을모양이 떡시루를 닮았다하여 시루섬이라고 명명됐으며 시루섬 사람들은 강물을 마시고 강물에 몸을 담그며 그 강물에서 고기를 건져 올려 생활하는가 하면 강물이 실어다 준 모래땅에서 담배농사와 땅콩농사를 짓고 단오가 되면 그네를 뛰며 오순 도순 살던 그 마을 언덕에 끝내는 몸을 묻으며 삶을 마무리 했다.

    이러한 시루섬의 주요지명 또한 순박하기 그지없다.

    시루섬과 애곡리 철길사이를 연중 관통하는 남한강의 큰강인 본강, 시루섬과 국도 사이를 흐르는 작은 강인 샛강, 시루섬 물탱크 바로 위쪽과 아래 쪽 소나무가 많았던 윗 송정과 아랫 송정, 여울모양이 마치 구두나 군화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구두여울, 아낙네의 삶의 이야기를 꺼림낌없이 풀어내는 빨래터을 비롯해 두멍소, 합수머리, 조개바위, 구판장, 성황당, 공동묘지등이 있어 그분들의 한평생 살아오신 삶의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정겨운 마을 이름들이다.

    여기서 나서 자라고 함께 웃고 함께 울며 서로 섬기고 나눔을 통하여 한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왔던 그곳, 비로 시루섬이었다.

    하지만 1972년 수해를 만나면서 그분들의 삶은 모든 것을 송두리채 잃어 버렸다.

    더욱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해 8월 태풍 '베티'로 남한강이 범람하자 미처 피신하지 못한 주민 272명이 높이 7m 지름 4m의 물탱크에 올라가 서로 팔짱을 끼고 무려 14시간을 버텨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갓난아기가 압사했으나 주민들이 동요할끼봐 어머니가 아기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채 속으로 슬픔을 상켰던 애닯은 사연은, 지금도 생각하면 할수록 모든 사람의 마음을 무척이나 시리게 한다.

    어머니의 희생정신, 작은 물탱크위 무려 14시간을 함께 버텨낸 그들만의 공동체 의식은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저려오게 한다.

    그래서 단양군에서는 시루섬을 기적의 섬이요, 이 출렁다리를 가적의 다리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오늘 단숨에 달려온 시루섬 출렁다라는 분명 다른 곳의 출렁다라와는 사뭇 다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중심으로하는 힐링의 그런 관광지로서의 다리를 넘어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삶의 체취가 흠뻑 묻어있는 삶의 역사요, 엄청난 위기속에서 나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긴 희생과 배려를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말없는 삶의 배움터로서 지금도 그분들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이 맺히곤 한다.

    여기에 그분들의 애환이 스며있다.

    나 또한 오늘 시루섬에 대한 가슴아픈 흔적을 접하며 지난 84년 3월부터 85년 2월까지 지금의 단성면이 된 구 단양중학교에 3학년 부장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어 지난날의 추억이 새롭게 피어나는 것 같다.

    제천에서 단양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출근하노라면 반드시 시루섬을 거쳐야 했다.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 분들의 시루섬 고향에 대한 연민의 정은 더욱 짙어만 갈 것이다.

    얼마 있으면 함께 걸어가 볼 수 있는 단양 시루섬 출렁다리, 오늘날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언의 진한 감동을 주는 이 다리를 한 걸음 한 걸음 옮길때마다 그들의 애환이 젖어있는 숙연한 역사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이성범 수필가 시루섬,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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