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윤리위는 배 의원이 한 네티즌과 설전을 하면서 그 가족으로 추정되는 아동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것이 인권 침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실제 징계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와 가까운 배 의원은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동혁 대표 측은 지방선거에서 서울 지역 공천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한 전 대표 측 인사가 앉아 있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장 대표 측은 당내 반대파 제거에 윤리위를 이용해왔다. 1년도 넘은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한 전 대표를 제명했고, 배 의원을 비롯한 친한계 인사들을 무더기로 윤리위에 회부했다. 정당은 정치 활동을 하는 곳인데, 윤리위를 사정기관처럼 이용해 반대파를 몰아내려 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법 적용을 판단하는 법원이 이런 행동을 위법하다고 했다. 장 대표는 판사 출신인데 의원 징계가 무리하다는 사실을 몰랐나. 자율성을 갖는 정당이 정당 내부의 일을 법원에 가져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은 것만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상적 야당이라면 지금쯤 정권을 빼앗긴 이유를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국민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당 전체가 합심해 이런 변화를 주도할 인물도 영입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힘은 윤리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적이나 당 대표에게 쓴소리를 하는 인사들을 제거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이후에는 당을 변화하겠다던 약속은 사라지고 사실상 ‘윤 어게인’을 선언했다. 국힘의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이런 퇴행적인 모습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반영된 것이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당 지도부는 침묵했고, 일부 당권파는 “지방선거에서 서울·부산을 내줘도 다시 당대표 선거를 하면 장 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당권은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이러니 지금 국힘에서 일하는 곳은 의원 징계위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