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이후 가장 광범위한 규모
15국이 드론·미사일 공격 받아
英·佛 등은 중동에 전력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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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 전선이 중동을 넘어 주변 지역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첫 폭격이 시작된 이후 이란이 걸프 국가는 물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튀르키예, 지중해 국가인 키프로스, 코카서스 국가인 아제르바이잔까지 동시다발적 광범위한 공격으로 대응하면서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맞불 타격을 주고받으며 또다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기존 분쟁의 영향을 받지 않던 지역들까지 전선으로 빨려 들어가며, 6일까지 15국 안팎의 영토와 해상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전장(戰場)이 펼쳐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실상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라는 평가다. 직·간접적으로 군사력 파견에 동참한 유럽 국가를 합하면 이번 전쟁에 얽힌 국가는 20국이 훨씬 넘는다.
이란은 5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의 미국 시설을 겨냥한 20번째 일제 공격을 벌였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스라엘을 향해서는 중거리미사일 케이바르가 동원됐다. 이란의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타격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주변국 다수를 무차별 타격하는 배경에 대해, 전선을 최대한 넓혀 미국과 동맹국에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부과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자국 방공망이 무너진 상황에서 저렴한 드론으로 에너지 공급망을 타격해 유가를 끌어올린 뒤, 경제 충격을 우려하는 미국 내 여론을 자극해 정치권에 ‘공격 중단’ 압박을 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럽 문턱까지 미사일 날리는 이란… 열받은 EU 7국 해군 파병
6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 공습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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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튄 불똥…15국 동시다발 폭음
실제로 직접 당사국인 미국·이스라엘·이란 외에 주변 걸프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28일 첫 공습을 당한 이란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아부다비 외교시설 단지와 푸자이라 항만·에너지 시설 주변에 드론 파편으로 인한 피해와 화재가 발생했다. 바레인에서는 드론이 도심 고층 건물을 강타했으며,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 등 주요 민간 인프라 역시 잇따라 미사일과 드론의 표적이 됐다.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폭음이 이어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선은 중동 내륙을 넘어 해상과 이란 북부 접경지 등 역외 지역까지 뻗어 나갔다. 지난 1일 오만 북부 인근 해상에선 민간 선박이 공격을 받았고, 요르단 북부 지역에선 미사일 잔해로 화재가 발생했다. 이라크에서는 미국 기업이 운영하는 유전이 드론 타격을 받아 하루 3만 배럴 규모의 석유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이는 이란 측의 보복 타격 범위가 미국의 에너지 이권 시설로까지 확대됐음을 시사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5일에는 이란이 중동이 아닌 코카서스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의 공항과 학교 인근에 드론을 날리면서 전쟁 연루지역을 확대했다. 이란의 드론이 민간 시설을 타격하면서 부상자 4명이 발생하자 아제르바이잔은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3일 인도양 스리랑카 앞바다에서는 미군 잠수함이 이란 군함을 어뢰로 격침시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났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오는 8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의 역내 공격 상황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WSJ가 보도했다.
이스라엘 역시 공세 수위를 높이며 전선을 넓히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소탕을 명분으로 남부 국경에 지상군 3개 사단을 투입해 직접 교전에 나섰다. 5일에는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등 인구 밀집 지역 주민 50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레바논 당국은 단기간에 100명 이상의 사망자와 8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중해 건넌 확전 불길…유럽 해군 파병
확전의 불길은 지중해를 건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일 중동에서 가장 가까운 EU 국가인 키프로스 소재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에 이란 드론이 날아들어 항공기 격납고가 파손됐다. 4일에는 이란 영토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미군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튀르키예 남부 공군기지 방향으로 진입하다 나토 방공망에 격추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란은 튀르키예 조준을 부인했지만, 나토 조약 5조(집단방위) 발동 우려까지 제기되며 이탈리아가 방공 경계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결국 유럽 주요국들은 자국민 보호와 방공망 강화를 명분으로 중동 군사 개입을 공식화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5일 “동맹국인 걸프 국가와 교민, 2000명의 이탈리아 군인 보호를 위해 방공 분야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역시 이탈리아와 함께 방공 임무를 맡을 해군 전력을 키프로스에 파견하기로 했다. 앞서 프랑스는 자국 기지에 미군 항공기 주둔을 일시 허용하고 중동 지역에 라팔 전투기를 동원했으며, 영국은 방어 작전 강화를 위해 카타르에 타이푼 전투기 4대를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독일 역시 이란의 역내 공격에 유감을 표명했다.
군사작전을 주도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5일 이란 방공망의 80%, 탄도미사일 발사대의 60% 이상을 파괴했다고 밝히며 “이란 정권의 미래 미사일 생산 능력 등 군사적 역량을 체계적으로 해체하기 위한 다음 단계 작전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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