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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1 (수)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메가프로젝트’ 전쟁 기계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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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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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위기’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이번 전쟁으로 우리는 그 위기의 실타래들이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와중에 목숨을 잃은 이들, 사랑하는 이들이 죽거나 다치는 비극을 맞은 이들을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메가프로젝트’로 나타난 전쟁 기계의 성격과 의미를 깊게 철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달리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라도

    팔란티어, 아마존 웹서비스, 스타링크, 클로드. 이번 이란 전쟁에서 이 이름들이 하나의 팀처럼 움직였다는 사실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인공지능이 표적을 식별하고, 위성 통신망이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작전의 순서를 계산한다. 소셜미디어는 그 위에 얹힌 또 다른 감시망이 되어 내부 여론의 흐름을 드러낸다. 이 모든 기술이 동시에 작동한다. 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인공지능 전쟁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지금 벌어지는 변화의 절반만을 설명한다.

    작전이 시작된 순간을 잠깐 떠올려보자. 먼저 움직인 것은 사이버 공간이었다. 레이더와 통신망이 교란되면서 방공 체계는 사실상 눈을 잃었다. 그사이 공군과 해군이 동시에 움직였다. 항공기들이 육지와 바다에서 출격했고, 함정들은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짧은 시간 안에 수백 개의 표적이 타격되었다. 미사일 기지, 방공 시설, 핵 관련 인프라가 동시에 무너졌다. 이 정도 규모의 동시다발 정밀 타격은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이 ‘충격과 공포’ 작전을 준비할 때, 수천 명의 분석관이 몇달 동안 표적 목록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위성 이미지와 드론 영상, 레이더 신호와 감청 데이터가 하나의 지도 위에 합쳐진다. 인공지능은 그 위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계산한다. 인간 지휘관은 그중 하나를 선택한다. 어떤 언론은 이를 체스에 비유했다. 데이터 플랫폼이 체스판을 보여주고, 인공지능이 다음 수를 제안하고, 인간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물론 체스판은 한 나라 전체였고, 말 하나하나는 군사 시설과 사람의 목숨이었다.

    하지만 이 전쟁의 진짜 의미는 단순히 인공지능의 등장에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기술들이 상대방의 체계적 파괴라는 단일한 목표 아래 통합되어 작동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위성, 클라우드, 인공지능, 사이버 작전, 전통적 군사력이 하나의 체계로 묶였다. 각각의 기술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들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특징이다. 기술은 더 이상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단일의 목표를 지향하는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으로 조립된다.

    이는 돌아보면 산업혁명의 역사적 순환 주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8세기에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전반기에는 제철, 방직, 증기기관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이 서로 연관을 맺으면서도 개별적으로 전진했지만, 1830년대 들어 철도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일변하게 된다. 기차는 증기기관으로만 달리지 못한다. 토지의 수용, 레일의 생산, 유리창이 달린 차체의 생산, 거기에다 그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자본시장의 혁신까지. 이 각 분야가 모두 먼 거리를 순식간에 오가는 축지법이라는 기적을 단일 목적으로 일사불란하게 합쳐질 때 철도의 출현은 가능했다.

    아주 다양한 현상들과 마찰 불가피

    19세기 후반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는 단순히 새로운 기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많은 기술과 제도의 결합이었다. 내연기관, 강철 생산, 정밀 가공, 석유 산업이 함께 발전해야 했다. 도로도 필요했다.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토지 수용과 도시 재설계가 뒤따라야 했다. 교통 규칙과 신호 체계도 새로 만들어져야 했다. 자동차 한 대가 달리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다시 설계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산업혁명의 진짜 힘은 개별 발명에 있지 않았다. 그것은 여러 기술을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내는 능력에 있었다. 철도는 철강 산업과 금융 시스템, 토목 공학과 행정 제도를 동시에 움직였다. 전력망은 발전 기술과 도시 인프라, 기업 조직을 다시 만들었다. 이런 거대한 통합의 순간을 ‘메가프로젝트’의 출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반복하지만, 메가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일한 목적을 부여하는 데 있다. 다양한 기술과 자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이도록 ‘목적함수’를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 발전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중세 유럽 문명에 축적되어 있던 군사적, 경제적, 종교 문화적 역량들을 하나로 모아 예루살렘이라는 ‘성지 탈환’이라는 단일의 목표로 조직했던 십자군 전쟁도 그러한 메가프로젝트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기술들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고,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여러 기술들이 하나로 통합된 이 거대한 시스템은 하나의 강력한 기계가 되고, 여기에서 다시 새로운 기술이 또 나오게 된다.

    그동안 잘 풀리지 않았던 의문 하나도 여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왜 전통적으로 대부분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 알려져 있던 ‘빅테크’가 트럼프 정권과 그토록 가깝게 결착되어 하나의 지배 블록을 이루게 되었을까? 이 산업혁명 후반기의 ‘메가프로젝트’는 국가의 작동과 긴밀히 결합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가 없다. 인적 물적 자원의 동원이라는 병참학적 차원뿐만 아니라 규제와 법률, 여러 다른 사회적 자원의 효과적 조합 같은 것들을 그 이전의 전통적인 의미의 ‘시장경제’만으로 풀어가는 것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본주의는 ‘국가자본주의’의 시대로 전환하게 된다. 19세기 끝 무렵에는 ‘국가 자본 트러스트’와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출현하였고, 1930년대에도 다양한 형태의 국가자본주의가 출현했던 바 있다. 트럼프 정부 2기에 들어와서 우리는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시장경제의 여러 철칙들도 우습게 무시해버리는 새로운 형태의 미국을 목도한 바 있고, ‘빅테크’는 이에 저항하기는커녕 하나로 유착해가고 있다. 이는 방금 살펴본 산업혁명 진전의 역사적 패턴에서 어쩌면 필연적인 하나의 순서일 수 있다.

    1970년대의 디지털 혁명과 함께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의 후반기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메가프로젝트’가 철도나 자동차와 같은 것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파괴를 목적으로 삼는 전쟁 기계라는 점은 너무나 당혹스럽다. 이 전쟁이 만약 그러한 전쟁 기계의 압도적 능력을 절감하는 사건으로 끝난다면, 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국방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러한 ‘메가프로젝트’는 곧 다양한 모습으로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이번 미국 정부와 앤트로픽이 빚었던 갈등과 오픈AI의 ‘변절’에서 보듯,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한 여러 다양한 혁신 기술들의 발전 경로도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이는 다시 기존의 사회적 규범 및 가치와 충돌하면서 무수히 다양한 현상들과 마찰을 빚게 될 것이다.

    지금 인류에 필요한 건 그게 아닐 것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메가프로젝트’가 과연 압도적인 전쟁 기계의 조립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구적 차원의 절체절명의 위험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적인 ‘메가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무수한 갈등과 분쟁 요소들을 파악하고 그것이 대규모의 폭력적 갈등으로 치닫기 전에 더 나은 다양한 해법을 찾아내어 인류의 간절한 소망인 평화를 앞당기는 것도 그 후보가 될 수 있다. 지역과 마을 차원에서는 행정과 시장의 언어로 해결되지 못하는 다양한 삶의 어려움과 필요를 주민들 스스로가 찾아서 해결해 나가는 데이터 커먼즈와 ‘AI 기본사회’를 세워나가는 것도 아주 큰 비전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지평으로 들어서는 초입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것은 거대한 전쟁 기계라는 ‘메가프로젝트’인 것이다.

    ‘복합위기’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지구의 생태적 환경, 지정학적 구조, 국내의 민주주의 정치, 시장경제의 작동, 산업 기술의 패러다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위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되먹임 고리를 형성하게 되면 위기의 규모가 커질 뿐만 아니라 그 진행 또한 놀라운 가속도가 붙게 되며 칭칭 꼬인 인과 관계로 인해 해법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위기를 말한다.

    이번 전쟁으로 우리는 그 위기의 실타래들이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와중에 목숨을 잃은 이들, 사랑하는 이들이 죽거나 다치는 비극을 맞은 이들을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이 ‘메가프로젝트’로 나타난 전쟁 기계의 성격과 의미를 깊게 철저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기 때문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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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빈
    (재)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대안적 사회의 정치경제 질서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와 활동을 병행해 왔다. 저서로는 <위기 이후의 경제학> <비그포르스, 잠정적 유토피아와 복지국가>가 있으며, 역서로는 <도넛 경제학> <21세기 기본소득> <균형재정은 틀렸다: 현대화폐이론 입문> 등이 있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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