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부가 11일 일본 이와테현 오쓰치초가 보이는 사찰 코간지의 묘지에서 15년 전 지진, 쓰나미 등으로 사망한 친척들을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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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고향을 떠나 피난민 신세가 된 이들의 수를 지나치게 축소해서 집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방사능 오염 제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여전히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인 곳이 많다보니 지진과 원전 사고 이후 피난 구역으로 지정됐던 곳에 돌아와 실제 거주하는 인구는 2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로부터 15년이 지난 11일 도쿄신문은 후쿠시마현 내 12개 시초손(기초지자체) 주민 중 여전히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의 수를 자체 집계한 결과 4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집계한 2월 1일 현재 피난민 수 2만3410명보다 2만명 가까이 많은 수치다. 후쿠시마현 이외의 이와테현, 미야기현 등 피난민의 숫자까지 합한 피난민의 수는 2만6281명이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지자체 전역을 피난 구역으로 지정했던 오쿠마초, 도미오카초, 나미에마치, 후타바초, 이타테무라, 가쓰라오무라 등 6개 지자체와 일부가 피난 구역으로 지정된 6개 지자체의 실거주 인구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인원 수를 산출했다. 12개 기초지자체 중 피난민이 가장 많은 곳은 바다에 인접해 쓰나미 피해가 컸던 나미에마치로 1만1633명이 피난 생활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은 2420명에 불과하다. 오쿠마초는 8677명, 도미오카초는 8235명이 피난 생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집계한 피난민 수가 지나치게 적은 것에 대해 도쿄신문은 정부 통계에는 귀환을 포기한 이들의 수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난처 생활에 정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귀환을 포기하고 있는 이들도 있는 탓에 실제 피난민의 수는 정부가 집계한 것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다.
11일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에 있는 오히라야마 묘지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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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 정부나 지자체는 피난처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은 피난민 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또 후쿠시마 현내에 살다 피난했지만 정부가 설정한 피난구역 주민이 아닌 경우도 피난민으로 집계하지 않기 때문에 피난민의 수가 과소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신문은 지자체 전역이 피난 구역이었던 6개 지자체의 경우 현재 실제 거주하는 인구는 주민등록 인구의 18.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특히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으며 오염토를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도 설치되는 오쿠마초와 후타바초에는 각각 11%와 4%만이 실제 거주 중이다. 한 기초지자체 담당자는 도쿄신문에 “제염(방사능 오염 제거) 중이어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지역이 있다”면서 “(방사)선량이 떨어져도 의료기관이나 상업시설 등의 정비 상태나 부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 6개 지자체에 현재 거주 중인 인구 80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지진 이후 새로 이주해 온 이들이거나 새로 태어난 아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현은 15년이 지나도 피난민들의 귀환이 이루어지지 않자 새로 이주해 오는 이들을 늘리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장기간 고향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던 이들 중에는 쓸쓸히 혼자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다. NHK는 지진과 원전 사고로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3개 현에 마련된 ‘재해공영주택’에는 약 2만6700세대가 살고 있는데 고령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도 증가하면서 고독사하는 이들도 잇따르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고독사한 이들 중에서는 중장년 세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의 동일본대지진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시민들이 15년 전 지진, 쓰나미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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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는 여전히 주거환경 복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뿐 아니라 일본 정부가 거액을 들여 추진 중인 이른바 ‘부흥계획’이 지역 실정에 맞지 않게 겉도는 경우가 많은 탓도 있다. 일본 정부가 지진 이후 41조엔(약 379조9101억원)을 투입한 재해지역의 부흥계획은 인프라 정비에만 편중된 데다 대부분 도쿄에 있는 외부업체 컨설팅을 받아 이뤄지면서 주민 참여는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부흥계획으로 마련된 인프라의 유지 관리비가 지진 전의 1.8배로 증가하면서 지자체 재정에까지 압박을 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진 피해를 입은 3개현 42개 지자체 가운데 62%가 외부컨설팅을 받아 부흥계획을 세웠으며, 이 가운데 86%가 도쿄도에 본사가 있는 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지역 실정에 맞지 않는 계획이 나올뿐 아니라 지역에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부흥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주민의 수도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은 원전 사고 이후 피난 지시가 내려졌던 12개 기초지자체 중 7개 지역에는 여전히 거주 제한구역이 남아있으며, 면적은 약 309㎢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쿄도 중심부 23구의 절반 정도에 이르는 면적이다. 아사히는 지난 1일 현재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자는 사망 1만5901명, 행방불명 2519명이며, 피난 이후 사망자 중 관련사로 인정된 이는 지난해말 현재 3810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11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15년 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오후 2시 46분에 맞춰 발걸음을 멈춘 채 묵념을 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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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진 발생 15년을 맞아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피해지역에서는 유족 등이 추모행사를 열었으며, 일본 곳곳에서 시민들이 지진 발생 시각인 오후 2시 46분에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 묵념했다. 주민의 10% 가까운 1300명가량이 사망한 이와테현 오쓰치쵸에서는 이날 주민들이 추도시설에 헌화대를 설치했고,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는 후타바마치에서는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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