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재판소원법이 공포·시행된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문재원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가능하게 하는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12일 공포·시행됐다. 사법부의 판단이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될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다툴 길이 열렸다. 시행 첫날부터 헌재에서 사건 접수가 이어졌다.
12일 헌재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접수된 재판소원은 전자 접수 11건, 방문·우편 접수 5건 등 총 16건이다.
법 시행 후 가장 먼저 헌재에 접수된 사건은 시리아 국적의 모하메드(가명)에 대한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취소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오전 0시10분 온라인으로 접수돼 사건번호 ‘2026헌마639’가 부여됐다. 피청구인은 대법원이다.
모하메드는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받고 국내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을 운영하다가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하다 2024년 가석방됐다. 이후 출입당국이 강제퇴거 집행을 위한 보호명령과 강제퇴거 명령을 내렸고, 모하메드씨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기각했다.
이에 모하메드 측은 “재판이 생명권, 신체의 자유, 인간의 존엄·가치, 행복추구권, 혼인·가족생활의 보호,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이날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다만 이 사건은 지난 1월8일 대법원에서 확정돼, 헌재법에서 규정된 청구 기간인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를 훌쩍 넘겼다. 이에 대해 모하메드 측은 “재판 내용을 이해하고 권리구제에 나서는 것을 판단하기에 지나치게 짧은 기한이다. 외국인은 더 제약이 크다”며 “예외 없이 법적 안정성만을 근거로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구 기간이 지나 헌재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하면 재차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도 했다.
두 번째로 접수된 사건은 납북귀환 어부 유족 측이 제기한 형사보상 지연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 기각 취소 사건이다. 해당 사건번호는 ‘2026헌마640’이고 피청구인은 서울중앙지법이다.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시민모임과 형사보상 지연 국가배상소송 대리인단은 이날 0시16분 “재판이 지연돼 법정 기한을 현저히 초과했는데도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법원의 판결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재판소원을 냈다.
1970년대 납북귀환 어부 사건으로 간첩 혐의를 받아 1년 6개월간 옥살이를 했던 고 김달수씨는 2023년 1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족은 같은 해 4월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형사보상법 14조3항은 ‘보상 청구를 받은 법원은 6개월 이내에 보상 결정을 해야 한다’고 정하는데, 법원은 1년이 훌쩍 넘은 2024년 7월에야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은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매일 지연손해금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법원을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냈는데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훈시규정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유족 측이 상고를 포기해 지난달 20일 판결이 확정됐다.
대리인단은 “법관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국가로부터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따져보는 중요한 헌법적 쟁점”이라며 “재판 지연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호되도록 헌법재판소에서 현명하게 판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불법 대출 등 혐의로 이날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법원판결은 그 자체로 존중한다”면서도 “만약 대법원 판결에 우리 가족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호인단과 상의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려 한다”고 했다.
☞ 재판소원, 12일부터 시행…대법원 판결만? 무한 소송도 가능? [설명할경향]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111659001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