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2024년 9월 29일 국군의 날 76주년 계기 해외 파병부대 활동 모습을 공개했다. 청해부대는 2009년 3월 13일 창설되어 그동안 아덴만 해역에서 우리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고 해적 활동을 억제하는 데 크게 기여 해왔다. 사진은 해상종합훈련을 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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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돼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제3국에 사실상의 파병을 요구한 것이다. 전쟁 장기화와 미군 피해를 우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군사적 위험을 함께 부담하라고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한 셈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 달에 약 3000척의 선박이 오가고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의 20% 이상이 지나는 세계 경제의 급소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당장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페르시아만에 우리 선박 26척의 발이 묶여 있다. 원유 공급처 확보를 위해 우리 상선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동맹의 기여를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요구를 외면하기에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좁은 곳은 폭이 약 39km, 대형 유조선 운항 수역 폭은 약 10km에 불과해 이란의 드론이나 기뢰,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 미국 내에서도 이곳이 다수의 미군 사상자를 낼 ‘죽음의 상자(kill box)’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우리 장병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가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이 즉답을 피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조선을 호위하더라도 분쟁이 진정된 뒤에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도 한미 동맹과 국제 공조, 국익과 우리 국민의 안전 사이에서 치밀한 ‘형량(衡量)’을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든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참여 시기, 작전 범위에 대해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2020년 미국·이란 긴장이 고조됐을 때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가 작전 영역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넓히되 한국 선박 호위로 제한하는 독자 작전을 펼쳐,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이란과의 갈등도 피할 수 있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는 미국의 전투병 요구에 아르빌 지역 재건과 치안 중심으로 자이툰 부대를 파견하는 해법을 찾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이 중동 분쟁에 끌려들어 가 군사적 표적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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