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시설만 폭격… 트럼프 “재미로 더 공격할 수도”
◇수심 깊은 전략적 요충지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에 있는 원유 수출 터미널이 위치한 곳이다. 이란 해안에서 26㎞, 호르무즈 해협에서 북서쪽으로 483㎞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산호섬의 크기는 20㎢ 안팎으로 뉴욕 맨해튼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르그섬이 원유 수출 허브가 된 것은 지형 때문이다. 이란 해안선 대부분은 진흙질이고 수심이 너무 얕아 초대형 유조선이 접근하기 어렵지만, 하르그섬 주변은 수심이 깊어 가능하다. 과거 진주와 농산물이 거래되던 무역항이었던 하르그섬은 1960년대 팔레비 국왕 시절, 미국 석유회사 아모코와 합작 투자로 석유 터미널로 개발됐다.
이란 국가 경제에서 이 섬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4.5%를 담당하는 이란의 수출량 중 90%가 이 섬을 통과한다. 아바즈, 마룬, 가치사란 등 이란 최대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르그섬으로 이동한 뒤, 유조선에 실려 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해를 거쳐 수출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은 올해 하루 평균 1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고 그중 155만 배럴이 하르그섬을 통했다. 전쟁 직전 이란은 하루 수출량이 약 217만 배럴에 달했고, 2월 16일 주간엔 역대 최고치인 하루 379만 배럴을 출하하기도 했다.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하르그섬은 약 3000만 배럴의 저장 용량을 갖추고 있고, 이달 초 약 1800만 배럴의 원유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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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그섬 공격은 ‘레드 라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르그섬에 있는 시설들은 고도로 노출돼 있다. 남쪽에 밀집된 수십 개의 저장 탱크, 초대형 유조선에 원유를 싣기 위해 심해로 뻗은 긴 부두, 근로자 주거지, 본토와 연결되는 소규모 활주로는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저 파이프라인은 터미널과 이란 최대 유전을 연결한다. 이 때문에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라크로부터 폭격을 받은 바 있다. 이스라엘도 그동안 이 섬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제1 야당인 예시 아티드 당 대표 야이르 라피드는 “하르그섬에 있는 모든 유전과 산업을 파괴해야 하며, 이란 경제를 마비시키고 정권을 무너뜨릴 방법”이라고 했다.
다만 공격에 따른 여파가 상상을 초월해 국제 유가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 에너지 투자 전문가인 댄 피커링은 로이터에 “하르그섬의 인프라가 파괴되면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하루 200만 배럴이 사라진다”고 했다. 원유 관련 시설까지 소멸되면 이란 경제가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전 미국 이란 담당 부특사 리처드 네퓨는 FT에 “이 섬 없이는 이란 경제가 바닥을 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미국도 그동안 하르그섬 공격을 ‘레드 라인’으로 삼아 왔다. 이란 석유 수출 중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하르그섬 공격은 중국과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중국은 이란 해상 수출 석유의 80% 이상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UAE에 보복 타격
이란은 하르그섬 공격에 즉각 대응했다. 이란은 보복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주요 에너지 허브에 탄도미사일 9발과 드론 33대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두바이 제벨알리 항, 아부다비 칼리파 항, UAE 푸자이라 항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경고하면서 걸프 지역의 미국 은행 지점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세계적인 선박 연료 공급 허브인 UAE 푸자이라에서 일부 석유 선적 작업이 중단됐다. 백악관은 지상군을 통해 하르그섬을 점령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점령에 성공하더라도 본토에서 공격을 퍼부을 이란을 막기 위해 작전 범위가 계속 확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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