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둑한 현금·미 국채 앞세워 ‘대형 투자자’로 진화
가상 화폐 시장 위축되면 투자 차질 우려도
미국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더 로고가 보이는 일러스트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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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최근 침대회사와 로봇 회사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기업이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 투자에서 벗어나, 업종과 관계없이 전도유망한 기업이라면 돈을 대주는 것이다. 테더가 넘쳐나는 현금과 미 국채를 바탕으로 ‘대형 투자자’로 변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미 금융 데이터 분석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테더는 지난 4일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스마트 매트리스 제조 업체 ‘에잇슬립(Eight Sleep)’에 1억5000만달러(약 224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테더는 작년 12월 이탈리아의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 ‘제너레이티브 바이오닉스’ 투자에 참여했고, 독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 ‘뉴라 로보틱스’와 10억유로 규모의 투자 계약도 체결했다.
테더는 미국 달러와 1대1로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발행하는 회사다. 이에 테더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는 이커머스나 가상 화폐 인프라 회사 등에 주로 투자해 왔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테더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조건으로 막대한 달러와 미 국채를 손에 쥐게 됐다. 이 같은 현금력을 바탕으로 투자 범위를 전방위적으로 넓힌 것이다. 피치북에 따르면, 테더는 작년 한 해에만 10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급준비금만 63억달러를 보유하고, 미 국채는 141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테더는 지난 2024년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3국에 대규모 농업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아데코아그라’에 지분 투자를 결정하면서 업종 확장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침대와 로봇 등 더욱 업종을 가리지 않는 양상이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테더는 가상 화폐 관련 기업에 6억달러만 투자한 반면, 가상 화폐와 관련 없는 업종에 14억달러를 투자했다. 피치북은 “자사 기술을 사용하는 신생 기업이나 직접적인 사업 파트너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인 벤처캐피털(VC) 전략”이라며 “테더는 이를 넘어섰다”고 했다.
가상 화폐 업계 관계자는 “테더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함과 동시에 현금이나 국채를 보유하게 되는 구조라, 거기서 나오는 이자 수익만으로도 엄청난 규모”라며 “두둑한 현금력을 바탕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상 화폐 시장이 위축될 경우 테더의 투자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더가 현금력을 상실할 경우 계획했던 투자 집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고, 실물 경제로까지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이하 S&P)는 작년 11월 테더의 안정성 등급을 최하 등급인 ‘취약(weak)’ 등급으로 깎아내렸다. S&P는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테더의 담보 부족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더 담보 중 5.5% 정도가 비트코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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