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학민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평가자문단 위원·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세계적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가 동시에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와 산업, 자본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국가 공간 구조의 불균형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국가 발전의 새로운 공간 질서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나는 최근 대학에서 정년을 기념하며 '지방이 주도하는 성장국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지역혁신 연구과 정책,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은 정리하는 책을 집필하면서, 한 가지 질문이 나에게 다가왔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국가의 성장 구조는 어떤 공간 질서로 작동하는가?
대한민국의 지난 60년은 두 번의 역사적 전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전환은 산업화였다. 압축적 산업화를 통해 우리는 세계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 두 번째 전환은 민주화였다. 시민의 힘으로 정치적 민주주의를 확립했다. 이 두 전환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자랑스러운 자산이지만, 우리는 국가의 지속 가능성 문제에 봉착해 있다.
우리가 추구해온 산업문명은 집적을 통해 효율을 높였고 그 결과 수도권 중심의 경제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한 재생에너지, 디지털 네트워크,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은 분산형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 번째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지방이 주도하는 성장'을 위한 국가 공간 구조의 전환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해야 할 정책이 바로 '5극3특' 국가 공간 전략이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단극 구조를 넘어 전국을 여러 성장 거점으로 재편하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전략의 성패는 행정구역의 재편이 아니라 실제로 혁신이 작동하는 공간 구조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권역별 지역혁신플랫폼 구축이다. 중심 도시를 혁신 허브로 삼되 산업도시, 대학도시, 연구단지, 기술특화도시 등 다양한 지역 거점이 혁신 노드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산업·교육·인재·주거·문화가 결합된 혁신 클러스터가 형성될 때 권역 전체가 하나의 혁신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성장의 소유 구조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성장 모델은 생산의 효율성은 높였지만 소유의 분산에는 실패했다. 따라서 지방 주도 성장국가는 단순한 분권 정책이 아니라 성장의 소유권을 재구성하는 정치경제적 전환이어야 한다.
나는 이를 위해 세 가지 제도적 전환을 제안한다. 첫째, 권역별 산업 전략과 혁신 생태계를 지역이 스스로 설계하도록 권한과 자원을 부여하는 것이다. 둘째, 재생에너지와 데이터 경제 등 새로운 산업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지역과 국민이 공유하는 소유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셋째, 지역이 창출한 성장의 과실이 주민에게 환원되는 배당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지방은 더 이상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성장의 새로운 주체다. 5극3특의 혁신 거점과 권역 플랫폼이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국가혁신체계 속으로 서로 연결될 때 우리는 중앙집중형 경제 구조를 넘어 분산형 혁신 네트워크 국가로 전환할 수 있다.
문명은 스스로를 재구성할 때 생존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재구성의 기로에 서 있다. 나는 믿는다. 지방이 주도하는 성장국가는 대한민국의 세 번째 전환이며 국가 혁신플랫폼 국가로 도약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그 세 번째 파고도 우리 국민의 역량과 함께 성공적으로 뛰어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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