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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6 (월)

    “노동자 생명은 기업 유치용 유예 대상 아냐”···전북판 ‘중대재해 유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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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준병 의원 ‘전북특별법’ 개정안 발의···‘로봇 실증특구’ 내 처벌 면제 조항 신설

    민주노총 전북본부 “구시대적 발상, 철회하라”···높은 산재 사망률 속 ‘개악’ 비판

    경향신문

    안전모 일러스트.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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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읍·고창)이 대표 발의한 ‘전북특별법’ 개정안을 두고 “노동자의 생명을 지역 발전의 제물로 삼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로봇 산업 실증을 명분으로 사실상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유예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1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본부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윤 의원은 지난 5일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다수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전북을 ‘로봇 실증특구’로 지정하고 특구 내 로봇 실증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사실상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사업자가 전북도지사가 승인한 안전관리 체계를 이행할 경우 실증 기간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를 “기업 유치를 명분으로 안전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체제전환전북네트워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법 제정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고려하면 해당 입법은 더욱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2일 전북 부안의 한 제조공장에서 태국 국적의 20대 이주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고, 지난해 11월에는 김제에서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업무를 하던 몽골 출신 청년 노동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전북의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산재 사고 사망자 수)은 0.66‱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방정부에 안전관리 체계 승인 권한을 부여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안전 규제를 완화하는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에 포함된 ‘책임보험 운영 및 지원’ 조항에 대해서도 “기업이 부담해야 할 책임을 공적 재원으로 보전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체제전환전북네트워크는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입법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개정안을 철회하고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과 노동허가제 도입 등 실질적인 산업재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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