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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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수혜자(중국)가 그곳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도와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한 군함 파견에 참여해야 한다며 15일(현지 시간)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달 말~다음 달 초로 예정된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도 있다며 대(對)중국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유럽 동맹국이 중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서는 “이란과의 전쟁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전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청받은 나라 중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칫 파병에 나설 경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16일 호르무즈 해협 보호가 “나토의 임무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여겨진 적이 없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중국도 비교적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한국 일본 등은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에 따른 파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조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트럼프, 中-나토 동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90%의 석유를 공급받으며 이란과 외교적으로 가까운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푸는 작전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그는 정상회담까지 남아 있는 2주를 두고 “긴 시간”이라고 했다. 또 2주 안에 중국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내놓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연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16일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수행을 총괄하기 위해 워싱턴에 머무르기를 원한다”며 “이런 시기에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위험한 작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또한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군함 파견 요구에 관한 질문을 받자 전쟁의 “당사자들이 즉각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긴장 상황이 더 이상 고조되는 것을 피하기를 촉구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파견을 거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는 같은 날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진 후 “심도 있고 솔직하며 건설적인 협의를 진행했고, 관세 안전성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FT 인터뷰에서 나토 측도 거듭 압박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 두는 일에 “어떤 나라가 우리(미국)를 돕지 않겠다고 할지 지켜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나토가 호르무즈 해협을 여는 작업을 돕지 않는다면 “매우 나쁜 미래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또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은 기뢰 제거함을 보유했다며 “이란 해안선을 따라 있는 몇몇 불량 행위자를 제거할 사람들도 원한다”고 했다. 나토 측에 기뢰 제거함, 특수부대 지원 등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이란과의 전쟁에 동참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 美, 빠르면 주내 ‘호위 연합체’ 발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빠르면 이번 주에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연합체(coalition)’를 구성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호위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이런 연합체 구성과 관련해 약 7개국의 참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4일 언급한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보다 2곳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는 “내가 그들에게도 전했는데, 우리는 (그들의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러한 연합 전력이 구성되면 “곧바로 작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받은 나라 중 명확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내놓은 건 동참을 촉구하는 동시에 동참을 안 할 경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즉 이 발언은 한국을 포함한 미국 동맹국들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동맹의 안보 협력을 무역이나 방위비 문제 등과도 연계해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작전의 참여 여부가 향후 미국과의 안보·경제 협상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고심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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