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형 마콜컨설팅그룹 사장 인터뷰
기업, 리스크 조기진단 전략 수립에 미흡
승차공유 플랫폼, 택시와 갈증조정 실패
마스가(MASGA) 상징된 필리조선소는 성공
“통합적 소통 전략 설계해 신속 대응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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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이란 전쟁 등 예측하기 힘든 외부의 복합위기를 헤쳐가려면 ‘비(非) 시장 리스크(위험)’에 대한 관리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보형 마콜컨설팅그룹 사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쟁·관세 인상·공급망 재편·국내외 규제 등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비시장 리스크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홍보·대관·기획·기술·마케팅 분야 등 통합 위기 대응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한성대 경제학과에서 노동경제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지정학의 부상에 맞춰 기업의 비시장 전략을 고도화 했다.
비시장 리스크는 전쟁·정책·규제·관세·정치·사회·기후변화·지정학 등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외부 위험을 뜻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비시장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은 크지만 체계적으로 전략을 마련하고 신속한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25년간 수많은 기업들을 컨설팅한 그는 “결국 리스크를 조기에 진단하고 이해관계자와의 통합적인 소통 전략을 설계해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글로벌 시대 다양한 위험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증폭되는 상황에서 과학적 분석에 기반해 통합적인 비시장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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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만약 기업 내 정책 대응, 위기 관리, 기술 개발, 마케팅·영업, 커뮤니케이션 분야간 칸막이가 높으면 비시장 리스크에 대한 통합 대응 능력과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시장 전략에 집중하느라 문제가 터진 뒤 비시장 전략 수립과 이해관계자 관리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
실례로 승차 공유 플랫폼인 타다의 경우 2018년 출시 후 1년 반 만에 회원 170만 명을 모으는 등 급부상했으나 택시 사업자와의 갈등 조정이라는 비시장 전략이 미흡해 2020년 ‘타다 금지법’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2023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이미 시장에서 퇴장한 뒤였다. 지난해 말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진솔한 사과와 소통, 대책 마련 보다 미국 정부·정치권에 대한 로비에 집중한 쿠팡의 경우에도 비시장 전략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물론 외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장금상선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뤄지기 전 초대형 유조선들을 대거 페르시아만에 투입해 아랍에미리트 등 인접 국가들의 원유 저장 수요 급증으로 엄청난 이익을 보게 됐다. 앞서 HMM은 2024년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당시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며 물류 적체를 적지않게 해소한 바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중국 기업들의 공세 속에서도 탄탄한 위상을 확보한 대기업들의 비시장 전략도 눈에 띈다. 한화그룹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4년 말 선제적으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미국 조선업 노후화와 중국 ‘해양 굴기’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고민을 읽은 것이다. 이 선제적 투자는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상징으로 꼽히며 협상 타결의 결정적 카드가 됐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로봇·수소차·도심항공교통(UAM)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뿐 아니라 미국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제 및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며 미래 모빌리티를 주도할 여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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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애플이 미·중 갈등과 팬데믹에 대응해 인도와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갖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지정학 및 정책 리스크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이사회에 관련 전문가들을 포함시키고 기획·기술·마케팅 파트와 홍보·대외협력팀을 훨씬 밀접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비시장 관련 핵심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선제적 위험 관리와 시나리오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서도 정책과 규제안을 만들 때 국내 시장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그의 제언이다. 예를 들어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에 라면 등 식품 가격의 인하를 요구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도 연쇄적으로 가격 인하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기업이 경영 활동을 정치·사회적 맥락과 적극적으로 연결지어 서사(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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