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웨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엘크(The Elk)’ 카페의 ‘덤웨이터(Dumb Waiter·사진 가운데 흰색 문)’. 뉴욕처럼 임대공간이 비싸고 좁은 곳에서 유용하기도 하고, 증가하는 인건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어 근래에 설치가 증가하는 추세다. /박진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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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웨이터(Dumbwaiter)’는 ‘말 없는 웨이터’라는 뜻의 간이 승강기로, 물건이나 음식을 운반하는 기계 장치다. 고대 그리스부터 사용됐지만,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형태는 19세기 말에 등장했다. 1887년 첫 특허가 출원됐으며, 초창기에는 도르래를 이용해 수동으로 작동했지만 이후 전기로 동력을 받게 됐다.
한때 도서관의 지하 서고에서 책을 1층 대출 카운터로 옮기던 데서 널리 쓰였고, 호텔과 병원에서도 세탁물 등 물품 운반에 활용됐다. 그러나 덤웨이터의 진짜 무대는 레스토랑과 홀 사이였다. 영국 극작가 해럴드 핀터는 1957년 발표한 희곡 ‘덤웨이터’에서 이 장치와 음식 배달을 주요 무대로 삼아 상징을 더하기도 했다.
과거 유럽이나 미국의 저택에선 부엌을 지하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프랑스 저택에서 덤웨이터를 보고 백악관에 설치한 데서도 그 역사성을 찾을 수 있다. 인력 절감과 동시에 프라이버시 유지에 도움이 됐다. 미국 남부 찰스턴에 있는 ‘매그놀리아 플랜테이션’에는 식탁 밑에 페달이 설치돼 있어 여주인이 밟으면 아래층 주방에 신호가 전해졌다. 그러면 벽 구석에 설치된 덤웨이터를 통해 다음 음식이 올라왔고 하녀가 서빙을 맡았다. 나중에 어린 딸이 오빠들과 타고 노는 바람에 안전 문제로 철거된 일화도 재미있다.
오늘날에도 덤웨이터는 “꼭 가장 바쁜 저녁 8시에 고장이 난다”는 외식업계의 농담이 있을 만큼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 셰프가 많다. 하지만 뉴욕 등 공간이 좁고 인건비가 높은 도시에서 다시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로 유용한 기계다.
말 그대로 ‘말 없는 웨이터’인 덤웨이터는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은유와 표현의 소재가 됐다. 미국 영화계의 거장 오손 웰스는 “내가 레스토랑 주인이라면 직원이 손님 대화에 불쑥 끼어들어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일이 없도록 ‘말 없는 웨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해 그 침묵의 가치를 유머러스하게 짚었다. 이렇게 덤웨이터는 기계 장치를 넘어 시대와 공간을 잇는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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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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