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과 균형발전에 기여한다”고 홍보하는 쿠팡
일용직 다수, 노동환경 열악…“상생의 해결책인지 의문”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중구 쿠팡 물류센터에 주차된 트럭.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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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쿠팡이 새로 만들어낸 일자리 80%는 서울 외 지역에 위치한다. 전국의 균형적인 성장과 소멸위험 지역의 시계를 늦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도서 산간·중소도시 고객들 사이에서 ‘쿠팡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생필품 불모지였던 지역의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쿠팡이 그간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지방소멸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밝힌 내용이다.
최근 지방소멸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방안 중 하나로 ‘쿠팡 유치’가 자주 거론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쿠팡 물류센터 유치를 위해 업무협약을 맺고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쿠팡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고 온라인 쇼핑, 신속한 배송이 대중화되면서 쿠팡 유치, 배송망 확대는 지역주민들의 삶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게 됐다.
하지만 유치 성과만이 아니라 그 이면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쿠팡 노동자 문제, 국가와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식품사막’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지방소멸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이 자칫 지역 일자리 표준 될 우려
지자체들이 쿠팡 유치를 원하는 이유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다. 쿠팡은 6조원 넘는 투자로 전국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추가로 3조원을 투자해 전국을 100% 로켓배송 가능한 생활권, 일명 ‘쿠세권’으로 만들겠다는 게 쿠팡의 계획이었다. 지자체와 쿠팡은 업무협약(MOU)을 맺는다. 통상 MOU엔 쿠팡은 물류센터를 지어 지역주민을 우선 채용하고 지자체는 쿠팡이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쿠팡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채용을 할 것인지, 시가 어떤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는지는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대전시의 경우 쿠팡과의 MOU 내용을 공개하라는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본부)의 요구를 거부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법원이 대전시의 공개 거부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끝에야 노조가 MOU 내용을 받아볼 수 있었다.
지난 1월 2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쿠팡 노동권 쟁취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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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쿠팡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어떤 일자리인지다. 온라인 유통업체 물류센터는 노동자의 90%가 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염기에 에어컨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등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도 수년간 제기됐다.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한 20대 노동자 고 장덕준씨를 비롯해 최근까지 쿠팡의 물류센터, 배송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광주시 평동 물류센터의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강윤희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본부 조직국장은 “물류센터는 단기 일용직이 50%가 넘는다”며 “일자리라고 하려면 지속 가능하고 이곳이 직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취업 전후에 단기 일용직으로 일하는 청년들이라 이를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강 국장은 또 “광주·전남지역에 일자리가 없다 보니 쿠팡이 대표적인 일자리로 소개되면서 ‘이 정도 수준의 일자리여도 괜찮다’는 식으로 쿠팡 일자리가 기본으로 인식되고, 일자리의 질이 지역 전체에서 동반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일용직 노동자는 고용상태가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회사 사정과 방침에 따라 채용 규모를 조정하는 데 용이하다. 지난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 ‘탈팡(쿠팡 탈퇴)’이 이어지면서 주문 물량이 감소해 채용 축소 등으로 인력이 줄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물류센터의 자동화, 인공지능(AI)과 로봇 도입 등 기술개발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쿠팡은 지난해 제품 진열 선반을 들어올리는 자율운반 로봇, 물건을 분류하는 소팅 봇, 상품 포장을 돕는 로보틱 배거 등 다양한 로봇을 선보였다.
‘식품사막’ 피해는 쿠팡 못 하는 고령층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송 노동자들도 있다. 쿠팡은 한 보도자료에서 인구소멸 위기인 산간지역의 로켓배송 도입을 소개하며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태백산맥 고봉들로 둘러싸여 다양한 생필품과 식품을 수시로 구하기에 불편이 컸다”며 “하지만 로켓배송 진출로 지역에 활기가 돋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토박이’이자 23년간 택배 일을 해온 권혁송 택배노조 강원지부장은 “그분(산지 배송을 하는 노동자)은 아르바이트 아니면, 하청에 하청 택배를 하는 분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아니면 대리점 소장한테 압박을 당해서 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그만큼 배송 노동자 입장에서 산간지역 로켓배송은 힘든 일이라는 취지다.
2021년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택배사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분류작업을 택배 노동자 업무에서 배제했지만, 쿠팡은 당시 참여하지 않았고 이행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오히려 쿠팡의 로켓배송, 새벽배송 확대는 배송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부담되는 실정이다. 권 지부장은 “배송을 시작해도 6개월이면 그만둔다. 그만큼 일이 매우 고단하다”며 “쿠팡은 ‘이 사람이 쓰러져서 그만두면 다른 사람을 쓰면 된다, 사람을 계속 회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일자리 창출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는 “숨이 턱까지 차도록 뛰다가 결국 돌아가시는 일이 발생하니까 (노동자들이) 정부에서 최소한의 규제를 하라고 요구하는데 쿠팡은 대화를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 차량이 산골짜기에 있는 마을로 상품을 배송하러 가고 있다. 쿠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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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소멸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쿠팡의 배송 확대가 편리할 수 있다. 이런 지역에선 인구 감소로 인해 각종 인프라가 사라져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식품사막’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젊은 세대는 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인구소멸 지역의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노인인구는 온라인 쇼핑 방법을 몰라 쿠팡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23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실태조사를 보면 온라인 쇼핑 이용률이 70대는 15.5%, 80대는 8.2%에 그쳤다. 도시 규모별로 나눠보면 대도시는 35.3%, 농어촌은 23.0%였다.
식품사막 문제는 쿠팡과 같은 사기업에 맡기기보다는 국가와 지자체가 복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도입한 ‘찾아가는 이동장터’는 긍정적 사례로 꼽힌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이 정부 지원을 받아 생필품을 트럭에 싣고 농촌 마을을 돌면서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비봉면·동상면에서 이동장터를 운영하는 고산농협 관계자는 “(농촌 마을엔) 70~80세 어르신이 많은데 휴대전화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쿠팡으로 주문은 하지 못한다”며 “예를 들어 우리가 월요일 오후 2시에 들어간다고 얘기하면 마을 주민들끼리 12시부터 경로당에 모여서 소통하다가 차량이 진입하면 일주일치 장을 보고 가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고 했다. 다만 이동장터 운영에 최소 인력이 2명은 필요한데 수익은커녕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고, 아직 9개 지역에서만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한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통 식품사막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큰 피해자는 초고령층과 이동 약자”라며 “이들은 온라인 쇼핑 활용도가 낮기 때문에 이동장터나 주문대행, 공공배송 등의 대안을 결합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쿠팡이 사회적 경제 차원에서 지역소멸 지역 농산물을 구매한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상시 구조로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인지는 의문”이라며 “쿠팡이 식품사막을 해소하는 대체재가 되기엔 미약한 측면이 있고, 지방소멸 해결은 물류센터 고용뿐 아니라 지역 소매 생존율, 초고령층의 이용 가능성까지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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