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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4 (화)

    [이선의 인물과 식물]이순신과 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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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찢어진 하늘을 꿰매고, 흐린 태양을 목욕시킨 공로.’ 이순신에 대한 명나라 장수 진린의 평가다.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이 열렸다. ‘죽을 힘을 다해 준비했다’는 전시 관계자의 소회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방대한 자료들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매우 입체적인 서사를 보여주었다. 관람객 중에 군인들이 많은 것도 눈에 띄었다. 우리 역사에 400년 넘게 끊임없이 칭송받는 군인이 몇이나 되겠는가.

    전시회를 계기로 <난중일기>를 다시 펼쳐 본다. 나라를 구한 장수로서의 냉정함과 엄격함 외에도 인간 이순신 모습이 곳곳에 배어 있다. 갑오년 새해 첫날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한 살을 더 먹게 되어 난리 중에서도 다행한 일’이라며 지극한 효심을 드러낸다. 아들을 잃은 비통함도 절절하게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달빛이 오늘따라 매우 밝다. 쌓이는 그리움을 어찌 다 말하겠는가’(정유년 7월)라며 절제된 문장 속에 섬세한 감성도 내비친다.

    그의 문체는 간명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하다. 전장의 기록이니 더욱 그렇겠지만, 그의 내면이 선연하게 드러난다. 언젠가 이순신의 5대손인 이봉상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다. 마른 얼굴에 강단 있는 인상은 우리가 익히 아는 충무공 표준 영정의 온화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나는 이봉상의 초상에서 충무공의 또 다른 얼굴을 보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날씨도 인상 깊다. 바다의 날씨 변화는 전장에서 곧 생과 사와 직결된 문제였으리라. 빗속 수루에 앉은 그의 시름이 생생하다. 곡식과 과일, 생선 등 음식 이야기도 곧잘 등장한다. 신하가 올린 유자를 어머니께 보내드린 내용과 류성룡에게 유자 30개를 보냈다는 기록도 보인다. 당시에는 유자나 귤을 임금께 진상하여 종묘 제사에 올리고, 황감제라는 과거 시험도 치르게 했으니 매우 귀한 과일이었다. 유자는 이순신에게 효성과 신의의 징표였다.

    전장에서 왜군을 섬멸하고 부하를 다독여주던 이순신. 칼을 벼리듯, 자기의 몸과 마음을 끝없이 담금질했다. 우리는 그로부터 시련과 위기를 극복하는 힘을 얻는다.

    ‘왜란 당시에 이순신 하나밖에는 인물이 없었다’(인조), ‘제 몸을 잃고 나라를 살린 것은 충무공에게서 처음 보았다’(숙종). 장엄한 음악과 함께 에필로그 영상에서 보여준 후대 임금의 평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이순신, 그는 우리 모두의 수호신이다.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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