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북한에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대북 방송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 한미 야외 기동훈련 횟수도 지난해(51회)의 절반 이하인 22회로 줄였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 온 인권결의안의 공동 제안국 불참을 고려하는 배경에도 대화 재개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도 남북관계를 단절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포기할 일말의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영원한 적’으로 규정하고 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기만극’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널을 뛰었다. 유엔이 2003년 처음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노무현 정부는 표결 기권과 찬성을 오갔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8년까지는 매년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불참으로 태도를 바꿨고,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다시 공동 제안국으로 복귀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저속한 표현까지 써가며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를 한사코 거부했다.
그사이 유엔 무대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은 20년 넘게 한 번도 빠짐 없이 매년 채택됐다. 국제 사회가 북한의 인권 실태를 보편적 가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보고 긴밀한 협력을 이어온 결과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이런 국제 공조에서 또다시 이탈한다면 한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념에 따라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대북 정책은 북한 설득만큼이나 국민 설득도 중요하다. 인권 문제부터 일관성 있게 접근해야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도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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