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폭락 때 7조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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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원 베팅한 동학 개미
23일 코스피는 5405.75로 장을 마쳤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달 27일(6244.13)과 비교하면 13% 넘게 빠진 것이다.
폭락장에서도 매수 버튼을 누른 것은 개인 투자자였다. 개인은 이날 하루 무려 7조28억원을 순매수했다. 일일 기준으로 역대 최다 매수액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3조6983억원을, 기관 투자자는 3조8172억원을 팔아 치우며 지수를 짓눌렀다. 외국인의 경우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열린 15거래일 가운데 사흘만 제외하고, 모두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했는데, 이 자리를 개인들이 막대한 투자금으로 채워 넣은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 같은 하락장에서의 화끈한 베팅은 올해 들어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코스피가 7.24% 폭락했던 지난 3일 개인은 5조7974억원을 순매수했고, 5.96% 하락한 지난 9일에도 4조6242억원을 사들였다. 또 지난달 5일 지수가 3.86% 떨어졌을 때도 6조7790억원의 뭉칫돈을 시장에 투입했다. 지수가 반등하면 기관과 외국인이 사고, 폭락하면 개인이 방어하는 패턴을 보여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위기 때마다 매수에 나서는 배경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나타났던 급반등 경험에서 비롯된 ‘학습 효과’를 꼽는다. 다만 전쟁 장기화와 유가 급등 등 구조적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저가 매수는 자칫 ‘바닥 밑의 지하실’을 경험하는 대규모 물림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현재 우리나라 증시는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국면”이라며 “개인 투자자들도 공격적인 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美 개미들, 손실 커져도 저가 매수 집착
이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저점 매수 현상은 과거 미국 증시에서도 있었다.
2022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약세장에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화끈하게 쓸어 담았다. 당시 연준은 40년 만의 기록적인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는 등 긴축에 나섰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은 그보다 전인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유행 직후 제로 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돈을 시중에 푸는 것)가 만들어 낸 주식 시장에서의 ‘V자 반등’을 경험했다. 이로 인해 ‘하락장에서의 매수가 곧 필승’이라는 성공 공식을 인식하는 개인이 적지 않았다.
글로벌 투자연구기관 반다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당시 이 기관이 조사한 개인 투자자들은 약 석 달 동안 32%가량 손실을 겪었는데도 그 기간 매일 평균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들였다. 32%라는 손실률은 2014년 이 기관이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악의 손실률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관성대로 매수에 나섰던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바이 더 딥(Buy the Dip·저가 매수)’ 전략의 실패를 보도하면서, 인플레이션과 긴축이라는 근본적인 거시 경제의 변화를 무시한 맹목적 매수세가 결국 막대한 손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다 리서치도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정도 규모의 손실에 직면하면 개인 투자자들은 먼저 항복 신호를 보내는 것이 정상이나, 이들의 맹목적인 매수 심리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며 하락장마다 기계적으로 추가 매수에 나서는 투자 행태에 대해 경고했다.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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