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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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고 있다.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집중투표제를 피하려는 ‘꼼수 안건’과 실적이 나쁜데도 이사의 보수를 올리는 안건에도 줄줄이 반대표를 던지며 견제에 나선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상법개정이 올해 실시되면서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책임 원칙)’를 통해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공시를 보면, 국민연금은 이달 정기주총에서 카카오페이, 효성중공업, 크래프톤, 셀트리온 등이 제시한 이사회 규모 축소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정관으로 이사의 수 상한을 축소해 일반주주의 주주제안 및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킨다”고 사유를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시 주주에게 주당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지난해 2차 상법개정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돼 올해 하반기부터 의무화(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된다. 집중투표제에선 이사 수가 많을 수록 주주들의 의결권이 많아져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진다. 반대로 이사 수가 줄어들면 집중투표제의 효과가 크게 약화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사 수 감소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은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안건에도 대거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달 정기주총에서 롯데지주, 한화솔루션, 미래에셋증권 등은 경영상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관을 신설해 의결했다. 3차 상법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지만 경영상 목적에 대해선 예외 사유가 인정된다는 것을 정관에 반영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일반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개정상법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배주주가 자의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피할 수 있는 만큼 일반주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정관을 보완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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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효성그룹, 대신파이낸셜그룹의 총수 일가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주주가치 훼손’ 우려로 반대했다.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사의 보수 한도를 증액하는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등에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전반적으로 상법 개정의 효과를 저해하거나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는 경우엔 ‘반대’하겠다는 신호를 줬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행보에 나선 것은 정부의 기조와 발을 맞추기 위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줄곧 주주보호를 위해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거수기’ 이사회의 지배주주 견제를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의 효과가 발휘되기 위해선 국내 상장사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기업분석 전문가인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국민연금 입장에선 올해 상법이 처음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정부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며 “총수를 견제한다기보단 이사회의 규칙을 공정하게 하려는 것이 본질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26일과 27일 이틀간 코스피 상장사의 절반수준인 419사가 정기주총을 연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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