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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5 (수)

    [인사이드 스토리]지주회장 연임 특별결의 법제화…'주주권 침해' 우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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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 특별결의'…33%만 반대해도 연임 무산
    '소수 주주'가 '다수 주주' 의사 압도할 수도
    주주권 희석, 관치금융 수단 전락 우려도


    대통령의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에 대한 '부패한 이너서클' 지적으로 지주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법제화하려는 당국의 움직임과 관련해 '참호구축 방지'라는 선의가 외려 '다수 주주의 주주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비즈워치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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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12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발표가 다음 달 중으로 연기됐는데요.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총 이전 발표하려던 계획이 지연된 만큼 워킹그룹(실무단)의 의견 수렴과 영향 검토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법안 개정 내용 등을 담아 최종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내용을 강제화하는 '법제화'가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정하고 이를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에 반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한 상법 전문가는 "회장, 사외이사 연임 제한 등의 내용은 상법에는 회사의 권익 침해 등으로 적용할 수 없는 법안"이라며 "다만 금융사는 주인이 없고, 규제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상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인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는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어요.

    즉 금융회사에 한해 해당 내용을 법제화할 수 있다는 건데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법에 반영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후 법적인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당국이 추진하려는 주총 특별결의는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야 하고,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합니다. 참석 주주의 66.6%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하는 만큼 '67%룰'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3연임의 경우 절차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전체 주주의 4분의 1 이상 출석, 출석 주주 과반 찬성이라는 당초 연임을 판가름했던 일반결의 요건에 비해 문턱이 훨씬 높아진 건데요. 다수 주주의 찬성을 끌어내라는 게 당국의 취지로 읽힙니다.

    하지만 특별결의 도입을 강제화하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나머지 약 33%만 반대하면 연임이 무산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즉 3분의 1의 반대만으로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건데요. 본래 과반 찬성으로 연임 결정 여부를 갈랐던 것과 달리 이보다 적은 33.4%의 결정으로 찬반이 갈릴 수 있습니다.

    66%가 찬성해도 33% 반대로 판이 뒤집힐 수 있는 거죠. 이는 자칫 소수 주주가 다수 주주의 의사를 압도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참호구축 방지'라는 선의로 시작한 것이지만 자칫 주주권, 자율성 침해 등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상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구조법상에 특별결의나 사외이사 단임제 등을 넣을 수는 있지만 법적인 논쟁 소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본래 과반 찬성이면 통과 하던 안건이 특별결의 도입으로 3분의 2 찬성으로 어렵게 돼 주주권이 희석되면서 개인 주주의 인사권(재산권)을 제한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의 특성상 일부 소수 주주와 외부 세력의 결탁으로 기존 경영권 흔들기가 가능해질 수도 있고요. 자칫 관치 금융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자율 정관이라는 주주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어떤 기준으로 CEO를 뽑을지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정관으로 정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강제화해 자율권을 박탈할 경우 관치금융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국내 금융지주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의 경우 이같은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집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의 경우 법 개정을 통해 인위적인 정관 개정을 반대할 소지가 있다"면서 "특히 특별결의 도입은 주주권 제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어요.

    이에 주주에게 선택권을 주는 동시에, 외국인 주주들의 의견 청취도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제화 시 연임 제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사안이 명시돼야 할 것"이라며 "법상에서 선택권을 아예 없애기보다는 CEO와 사외이사가 이사회 내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문성이 있는지를 가려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또 다른 지배구조법 관련 전문가는 "법 제정을 위해서는 보통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청취를 해야 하고, 모든 주주는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 하지만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은 금융지주 특성상 이러한 반영이 쉽지 않다"면서 "다른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외국인 주주들의 의견 청취를 많이 하지 않는데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미비점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 관련 법제화 추진이 유력한 가운데 이 같은 우려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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