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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Arm이 창사 34년 만에 처음으로 양산형 실리콘 칩을 내놓는다. 지난 30여 년간 IP 라이선스만을 공급해온 Arm이 직접 칩을 설계하고 수익을 거두는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에이전틱 AI 전환에 따른 데이터센터 CPU 수요 폭증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 구도도 새로 짜고 있다.
Arm은 25일 에이전틱 AI 인프라용 데이터센터 CPU 'Arm AGI CPU'를 공개했다. Arm Neoverse V3 아키텍처 기반으로 CPU당 최대 136개 코어를 탑재했다. x86 플랫폼 대비 랙당 2배 이상의 성능을 제공하며, 코어당 메모리 대역폭 6GB/s와 100ns 미만의 지연 시간을 지원한다.
공랭식 구성에서 랙당 최대 8160개 코어, 수랭식에서는 4만5000개 이상을 지원하며 TDP는 300와트다. 프로그램 스레드당 전용 코어를 배정해 지속 부하 상황에서도 스로틀링 없이 예측 가능한 성능을 지원한다.
르네 하스 Arm CEO는 "파트너에게 고성능·고효율 컴퓨팅 기반 위에서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전 세계 에이전틱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Arm은 이번 실리콘 사업 진출로 기존 IP 라이선스, 컴퓨팅 서브시스템(CSS), 직접 설계 실리콘을 아우르는 3단계 플랫폼 선택지를 에코시스템에 제공하게 됐다.
Arm이 실리콘 사업에 나선 배경은 에이전틱 AI 전환에 따른 CPU 수요 급증이다. Arm에 따르면 기존 AI 데이터센터는 기가와트당 약 3000만 개 CPU 코어를 필요로 해왔다. 그러나 에이전트 기반 워크로드로 전환되면 필요 코어 수는 1억2000만 개로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에이전트는 추론·계획·실행을 반복하며 인간 대비 토큰 생성량을 최대 15배 늘린다. 가속기가 토큰을 생성하면, 해당 토큰의 처리·조율·라우팅은 CPU가 전담한다. 에이전트는 24시간 쉬지 않고 요청을 쏟아내기 때문에 CPU 병목은 가속기 성능 활용률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가 됐다. 하스 CEO는 "누군가 덤프트럭을 밀어올리면 흙을 치워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CPU"라며 에이전틱 AI가 이 구조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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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와 다세대 로드맵 공동 설계
이번 Arm AGI CPU는 메타와 약 2년6개월에 걸쳐 공동 개발됐다. 산토시 야나르단 메타 인프라 책임자는 "성능을 유지하면서 와트당 코어 수를 늘릴 수 있는 파트너를 시장 전반에서 탐색했으나, 성능을 얻으면 전력이 문제였고 전력을 잡으면 성능이 부족했다"며 "Arm이 유일한 해답이었다"고 말했다. 야나르단 책임자는 이 CPU가 "메타만의 칩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기반 CPU"라고 강조했다.
메타는 현재 Prometheus 클러스터 단독으로 연내 1기가와트 이상의 용량을 갖추고 있으며, Hyperion 클러스터는 수년 내 5기가와트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메타는 Arm AGI CPU를 자사 AI 가속칩 MTIA와 함께 운용해 대규모 AI 시스템의 오케스트레이션 효율을 높인다.
양사는 이번 1세대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로드맵 전반에 걸쳐 협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야나르단 책임자는 "기존 강자에 도전하면 생태계 전반에 혁신이 나타난다"며 후속 세대에서 성능이 복수의 축에서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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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패키징 협력 전면에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역할이 부각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성능 향상은 로직, 메모리, 첨단 패키징 기술 전반에 걸친 긴밀한 공동 최적화에 더욱 크게 좌우된다"며 "Arm AGI CPU와 같이 목적에 맞게 설계된 AI 컴퓨팅 플랫폼은 실리콘 설계, 메모리 통합, 첨단 공정 기술을 활용한 제조 혁신 전반에서 보다 긴밀한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을 수직 통합한 역량을 바탕으로 Arm 실리콘 생태계 내 포지션을 강화할 수 있는 구도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AI 데이터센터가 발전함에 따라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플랫폼에는 최신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용량과 대역폭을 제공하는 첨단 메모리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차세대 AI 인프라 발전을 위한 Arm과의 파트너십이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CPU 코어 수가 4배 늘어나면 메모리 대역폭 요구도 비례해 증가하는 만큼, HBM을 포함한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rm이 실리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CPU 설계와 메모리·패키징 통합 최적화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Arm CSS가 도입 3~4년 만에 로열티 매출의 약 20%에 육박한 선례를 감안하면, 실리콘 사업의 성장 속도도 주목된다. 메타 외 주요 ODM들이 생산에 참여하는 구조인 만큼, 공급망 편입 범위가 넓어질수록 한국 파트너사의 수혜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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