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5 (수)

    [권한일의 건썰] 주5일제는 꿈, '탈건'은 현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GIZAIMG}!]

    '탈건(脫建, 건설업에서 탈출) 고프다.' '탈건 축하합니다.'···건설사 MZ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보던 표현이었지만 이제는 현장직은 물론, 본사 내근직에서도 입버릇처럼 나온다.

    건설사 청년 인력 감소는 구조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주요 건설사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최근 몇 년간 자발적 퇴사율이 줄곧 상승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해고나 정년이 아니라 스스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다. 이 흐름의 중심에 MZ(20~30대)가 있다.

    전국건설노조 집계에 따르면 건설사에 근무하는 20~30대 비중은 1995년 56%에서 2024년 21%로 급감했다. 그러는 사이에 업계 평균연령은 51.2세까지 올라갔다. 산업 전체가 빠르게 늙어간 셈이다.

    몇 년을 고생해서 따낸 학위와 어렵사리 통과한 취업문을 스스로 벗어나고자 하는 MZ 건설인의 속내는 얼마나 복잡할지, 고심해서 뽑은 인재가 훌쩍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회사의 입장은 어떨지 생각하게 된다.

    떠나는 MZ를 회사가 붙잡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은 고되고 삶은 팍팍하기 때문이다.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몇 년 동안 현장 인근에 머무는 일이 흔하고, 국가적으로 자리잡은 주 52시간제 대신 건설 현장에선 '격주 토요일 근무'나 '토요일 전일 근무'가 당연시된다.

    대형 건설사도 대부분 4주 6휴(4주에 6일 휴무) 체계다. 중견 건설사나 중소업체는 월 4일 휴무도 많다. 업계에서는 "현장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지방 발령이나 해외 파견이 다반사인 업계지만, 감내해야 할 부분도 많다. 최근 수도권 현장에서 충청권 현장으로 배치된 한 건설사 정규직 직원은 필자에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주말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평일은 현장 주변 숙소에서 지내되, 매주 주말에 집으로 이동할 생각이었지만, 격주 휴무제와 이동 여건상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장 분위기는 갈수록 경직되고 있다. 안전 규정 강화와 공정 관리 압박이 더해지면서다. 공기(工期)는 촉박하고 발주처의 크고 작은 요구도 많아, 야간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파견이 많은 합동사무실 형태의 턴키(Turn-key) 현장에선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자조가 일상이다.

    MZ들이 '탈건'을 외치며 타 제조업이나 대형 시행사, 신탁사, 공기업 발주처로 이직하려는 건 이 같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이 현상이 단순한 인력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 현장은 수많은 공정과 시시각각 능동적 대응이 요구되고 숙련된 인력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만큼 AI나 로봇이 대체하기 어렵다. 현장을 이해하고 공정을 관리하는 인력이 줄어들면 공사 품질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장의 중추가 될 MZ 직원이 부족해지면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건설사들은 "사람이 부족하다"면서도 "주5일제 도입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어불성설인 듯하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현장은 시공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발주처의 요구 조건과 공기 설정 방식 등 실타래를 처음부터 풀어야 한다.

    케케묵은 근무 관행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몇 % 연봉 인상만으론 워라벨을 중시하는 MZ들의 탈출 러시를 막을 수 없다.

    권한일 기자 kw@newsway.co.kr

    저작권자(c)뉴스웨이(www.newsw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