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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기고] 공직의 벽 허무는 ‘개방형 직위’는 국가경쟁력의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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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계 사모펀드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절차에서 13년 만에 완전한 승소를 거뒀다. 막대한 배상금과 이자 부담을 덜어낸 이번 성과의 중심에는 대학교수이자 국제변호사 출신으로, 개방형 직위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던 당시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있었다.

    2024년 봄에는 국내 스타트업 14개사가 오픈AI 실리콘밸리 본사에 초청돼 글로벌 협업 기회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10년 이상 활동했던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의 현장 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개방형 직위를 통해 공직에 합류한 민간 전문가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 아동 독서치료에 매진해온 대학교수가 국립장애인도서관장으로 임용돼 정보 접근성을 크게 개선했다. 2019년에는 국제변호사 출신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 과장이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무역 분쟁에서 우리 측의 세계무역기구(WTO) 승소를 이끌었다. 이들 사례는 개방형 직위를 통해 민간의 적재(適材)를 공직의 적소(適所)에 배치한 성과다.

    오늘날 행정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기후 위기, 통상 갈등 등은 국경을 넘어 우리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변화는 행정 역량을 넘어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조직이 익숙한 관성과 방식에 머무르면 경쟁력은 약화된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메기 효과’다. 미꾸라지만 있는 연못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생존을 위해 더욱 민첩해지고 활력을 되찾는다는 비유다. 조직에는 적절한 긴장과 변화의 자극이 필요하며, 이는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개방형 직위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도입된 제도다. 공직 내부뿐 아니라 학계와 산업 현장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재들이 공정한 경쟁으로 공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넓혔다. 2000년 도입 이후 정책 전문성과 실행력을 강화하는 핵심 인사 제도로 자리 잡으며 변화하는 행정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공직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서 비롯된다. 공직의 문을 넓히는 일은 외부를 향한 개방이자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선택이다. 인사혁신처는 국정 주요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개방형 직위를 전략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민간 인재를 적극 영입해 유능한 공직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국정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변화는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민간의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직위를 정교하게 선별하고, 영입된 인재가 공직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조직적 기반이 중요하다.

    동시에 민간 인재 역시 공직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깊이 인식하고 사명감을 바탕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제도와 조직, 개인의 노력이 맞물릴 때 개방형 직위는 실질적인 동력으로 기능 할 수 있다.

    조선일보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그간 행정 현장을 지켜온 공직자들의 경험과 책임감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개방형 직위는 이 자산 위에 민간의 전문성을 더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인사 전략이다. 서로 다른 관점이 교차할 때 정책은 더욱 정교해지고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도 커진다. 인사혁신처는 내부 경험과 외부 전문성을 결합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정 성과로 이어지도록 개방형 직위 제도의 내실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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