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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사설] “오일 쇼크와 우크라 전쟁 합친 위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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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국내 생산 나프타의 수출을 금지하는 고강도 수급 대책을 이번 주 중 시행한다. 석유화학 업계가 원료 고갈로 공장을 멈추는 ‘셧다운’이 현실화하자 긴급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며칠 전까지 “수급에 문제 없다”던 정부의 판단이 무색해졌다. 지금 상황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과거 두 차례의 오일 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모두 합친 수준”이라며 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경고할 정도다.

    ‘산업의 쌀’인 나프타의 공급망이 무너지면 석유화학 외에 조선·철강·자동차 등 우리 주력 산업들이 도미노 타격을 입는다. 조선과 철강에서 녹을 방지하는 페인트와 특수 보호 기름을 모두 나프타로 만든다. 자동차는 타이어용 고무나 시트용 섬유 생산이 어려워져 생산 라인이 멈출 수도 있다. 시중에서 종량제 쓰레기 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전제로 대응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카타르가 LNG 시설 복구에 3년이 걸린다고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은 설사 내일 전쟁이 끝나도 예전처럼 공장이 돌아가려면 상당 기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여기에 해상 보험료와 전쟁 위험 할증료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종전 후에도 곧바로 하락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들여오는 기본 비용 자체가 구조적으로 비싸지는 것이다. 특히 한 번 가동을 멈춘 나프타 분해 시설(NCC)은 다시 불을 붙여 정상 가동하기까지 수주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든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추진 중인 2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의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위기 추경’답게 선심성 지원은 최대한 배제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와 나프타 대체 원료 확보를 위한 설비 지원, 에너지 절약 사업 지원 등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 원가 상승이 부추길 물가 불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원전 가동률을 조속히 정상화해 LNG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과 전기 절약에 대한 인센티브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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