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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비즈人워치]렘시마·키트루다·그랩바디…히트 신약 작명소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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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인스티튜트 송주한·윤규필 대표 인터뷰
    국내 신약 대부분 작명, 미국 신약 네이밍도
    규제 맞춤형 네이밍, K바이오 글로벌 지원


    비즈워치

    브랜드인스티튜트 (왼쪽부터) 송주한·윤규필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비즈워치 사옥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사진=이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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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고비·마운자로·키트루다. 세계 제약 시장을 휩쓸고 있는 신약의 이름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이상이 투입된다.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신약의 이름도 허투루 지을 수는 없다. 이름 하나를 부여하기 위해 규제를 통과해야 하고, 세계에서 통용돼야 한다. 환자가 헷갈려서도 안 된다. 신약 이름을 짓는 것이 하나의 사업이 되는 이유다.

    글로벌 신약 대부분 '이 회사' 거쳐

    헬스케어 전문 네이밍 기업 '브랜드인스티튜트(Brand Institute)'는 미국 신약의 약 88%(2025년 FDA 승인 기준), 한국 신약의 약 79%의 브랜드명을 지었다. 1993년 설립된 미국계 헬스케어 전문 브랜드 컨설팅 기업으로,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을 상대로 네이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지사는 윤규필·송주한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Remsima)·허쥬마(Herzuma) 등 'OO마 시리즈'를 비롯해, 알테오젠의 SC 제형 기술이 적용된 키트루다 큐렉스(KEYTRUDA QLEX), 에이비엘바이오의 혈뇌장벽(BBB)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까지 모두 브랜드인스티튜트의 작품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에 특화된 네이밍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윤규필 대표는 "신약 이름은 단순한 작명이 아니라 허가 과정의 일부"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쓸 수 있는 이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쓸 수 있는 이름'이란 국제적 규제에 부합하는 이름을 말한다. 세상에 없던 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했다고 해서 이름을 마음대로 지을 수는 없다. 성분명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등재 기준과 각국 규제 기관의 기준에 맞춰 설계돼야 한다. 이 같은 규제의 복잡성이 의약품 네이밍을 하나의 사업으로 만드는 배경이다.

    잘못 지은 이름, 환자를 죽인다

    의약품 이름은 성분명(INN)과 상품명으로 나뉜다. 진통제의 대명사 '타이레놀'은 상품명이고, '아세트아미노펜'은 성분명이다. 성분명은 WHO가 관리하는 국제 표준명으로, 약물의 과학적 식별을 위해 존재한다. 특정 의미를 담는 것이 금지되며, 다른 약과 명확히 구분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름 설계가 까다로운 근본적인 이유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미국에서는 위장약 '로섹(Losec)'과 이뇨제 '라식스(Lasix)'의 이름이 유사해 오처방이 발생했고, 사망 사고로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다"며 "이름을 잘못 짓는 것만으로 의료 현장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발음과 표기에서 혼동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국가별로 읽는 방식이 다른 알파벳은 아예 성분명에 쓸 수 없다"고 말했다. WHO INN 등재 기준에 따르면 H·J·K·W·Y 등이 대표적이다. 'J'만 해도 영어로는 '지읒' 발음이지만 독일어에서는 'Y' 발음이 된다. 예수(Jesus)를 '예수'로 읽느냐 '지저스'로 읽느냐와 같은 이치다.

    실제 네이밍 작업은 단순히 몇 개의 후보를 추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송주한 대표는 "초기 단계에서 100개 이상의 후보명을 생성하고, 상표 검토·규제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고객사에 10개 내외의 후보를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각인되는 이름 '상품명'

    성분명이 규제 관점에서 설계되는 이름이라면, 상품명은 시장에서 통용되는 브랜드다. 송 대표는 "상품명은 마케팅 요소를 담을 수 있지만, 규제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결국 규제와 브랜딩의 균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존 이름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Q·X·Z 같은 알파벳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대표적이다.

    동일 성분이라도 환자군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계열의 오젬픽(Ozempic·당뇨)과 위고비(Wegovy·비만), 티르제파타이드 계열의 마운자로(Mounjaro)와 잽바운드(Zepbound)가 그 예다.

    윤 대표는 "환자군이 다를 경우 동일 이름을 쓰면 혼란이 생길 수 있어 FDA 등 규제 기관이 예외적으로 듀얼 브랜드를 허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름 선점이 경쟁력"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확대되면서 네이밍 전략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시장 중심의 네이밍이 일반적이었지만, 글로벌 진출 경험이 쌓이면서 처음부터 글로벌 단일 브랜드 확보를 전제로 한 전략이 늘고 있다.

    브랜드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임상 초기 단계부터 네이밍 서비스를 찾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성분명 WHO 등재만 해도 평균 2년이 걸리고, FDA·EMA 등 각국 규제 기관의 승인까지 더하면 시간은 더 길어진다. 이름 하나가 늦어지면 신약 출시 일정 전체가 밀릴 수 있는 만큼, 일찍 선점할수록 유리한 구조다.

    윤 대표는 "임상 단계부터 이름을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 역시 "상표를 먼저 확보하면 경쟁사 진입을 막는 효과도 있다"며 "네이밍은 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인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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