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다른 나라들 공동전선 형성에 촉각 세워
인공섬 12해리 ‘영해’ 진입 땐 강하에 ‘위협’할 듯
미국은 남중국해·대만 군사훈련으로 긴장 고조
4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 근처를 비행한 것과 같은 기종의 B-52 전략폭격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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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에서 미국에 이어 영국·프랑스가 ‘항행의 자유’ 훈련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중국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경고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군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매체 <제일군정>은 5일 “영국·프랑스 군함이 남중국해에서 감히 중국의 문앞에서 도발한다면, 어떤 엄중한 후과가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21세기 들어 영국 군사력은 이미 크게 뒤처져 중국과 비교도 할 수 없다. 영국 군함을 본보기로 삼아 심각한 좌절을 맛보여주겠다”고 했다. 중국이 ‘100년 굴욕’의 기점으로 삼는 19세기 중엽 아편전쟁이 영국의 침략전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욕을 벼르는 태도로 보이기도 한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남중국해에 군함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제일군정>은 “만리 밖의 영국 군함이 이곳까지 오는 것만도 이미 쉬운 일이 아닌데, 영국이 중국을 격노케 할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한 행위를 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며 비아냥댔다. <환구시보>는 영·프의 계획은 “중국에 대한 도발”이라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했다.
중국은 영·프의 군함 파견으로 미국과의 공동전선이 구축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군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중국은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가진 미국과의 충돌은 최대한 피해왔다. 그러나 미국 외 나라의 군함이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면 더욱 경계할 것”이라며 “영·프 군함이 진입하면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처럼 ‘예의’를 갖추지 않고 위협성 행동을 취함으로써, 미국을 따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주권에 도전하는 것을 막으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남중국해를 무대로 군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다. 미군 B-52 전략폭격기 2대가 4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로부터 20마일(약 32㎞) 떨어진 상공을 비행했다고 <시엔엔>(CNN)이 미국 국방부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는 B-52의 출격은 일상적 훈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일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을 향해 “실수하지 마라. 미국은 인도-태평양에 계속 머물 것”이라고 말하는 등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직후 이뤄진 훈련인 만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보인다.
또 미국은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대만해협에 군함을 정기적으로 파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5일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대만해협에 11년 만에 항공모함을 투입하는 것까지 고려했으나 중국을 배려해 이행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은 2016년 차이잉원 대만 총통 취임 이래 랴오닝 항모전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게 하는 등 무력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미-중 대결이 격화하는 최근 분위기는 북-미 정상회담이 촉발하게 될 동북아 세력 재편과도 맞물릴 수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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