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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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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RRS가 입원 환자 심정지 위험 미리 감지·조치, 생존율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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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대구로병원 김남렬 중환자실장

중앙일보

신속대응체계는 병동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응급 상황이나 사망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대응 시스템이다.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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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는 곳이다. 회복과 악화, 소생과 사망이 공존한다. 의료진은 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기도 한다. 급작스러운 심정지 환자에게 의료진이 취할 수 있는 조치와 소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미리 알면 어떨까. 신속대응체계(RRS)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RRS를 운영 중인 고대구로병원의 김남렬 중환자실장을 만났다.

“코드 블루!” 원내 방송이 울린다. 의료진이 헐레벌떡 병동에 도착해 환자의 의식 여부, 맥박 등을 체크하고 심폐소생술(CPR)에 들어간다.

이 환자가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김남렬(중환자외상외과) 중환자실장은 “심정지 환자가 나중에 걸어서 퇴원할 확률은 10% 미만”이라고 했다. 그는 “전 세계 연구자들의 통계 결과”라며 “보고에 따르면 2년 후 살아 있을 확률은 4%도 안 된다”고 말했다.

20여 년 동안 생존율엔 변함이 없었다. 전 세계 의료진이 RRS를 개발하고 운영하게 된 이유다. 10% 미만의 생존율을 30~4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도구로 평가된다.

징후 발견 즉시 신속대응팀 출동


RRS가 기존 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점은 ‘사전 조치’다. 이미 ‘심정지’가 발생한 후에는 의료진이 손쓸 것도 많지 않고 소생 가능성도 낮다.

RRS는 ‘코드 블루’ 자체를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김 실장은 “미국·영국 등에서 후향적으로 데이터를 보니 심정지가 오는 환자의 50~60%는 빠르면 이틀 전, 늦어도 8시간 전에는 어떤 징후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때 미리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심정지와 그로 인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RRS는 사전 징후를 빨리 ‘인지’하고 ‘조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화재가 일어나기 전 불씨를 찾아서 끈다는 취지다.

인지는 두 가지 트랙으로 가동한다. 하나는 징후 발견 즉시 ‘신속대응팀(RRT)’ 호출이다. 일선에서 환자를 보는 병동 간호사·주치의, 필요시 보호자도 주체가 된다. 이들이 징후를 발견하면 119에 신고하듯 RRT를 부른다. 호출 기준은 명료하다. 김 실장은 “비교적 명확하고 간단해야 누구나 징후를 쉽게 찾아낸다”고 했다. ▶체온 ▶맥박 수 ▶호흡수 ▶통증 ▶의식 저하 중 하나라도 기준치에서 벗어나면 ▶경피적 산소 포화도 ▶혈압 ▶소변량 ▶젖산 수치 ▶말초 혈관 재충만 시간을 살핀다. 이들 10개 중 총 3개 이상 비정상이면 호출한다. 이 기준에 맞지 않아도 환자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바로 호출한다. 이들 항목과 연락처는 근무자 패용증에 적혀 있다.

또 하나의 트랙은 전자차트 실시간 모니터링에 근거한 호출이다. 전자차트에 기입된 항목에 이상이 있다고 경고창이 뜨면 팀 전담 간호사가 수치 판단 후 RRT를 호출한다. 전자차트는 각종 검사치 등을 분석해 점수화하고 위험 전단계(5점 이상)를 판단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한 가지 트랙만 운영하는 병원도 있지만 고대구로병원은 보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투 트랙을 택했다.

호출을 받으면 중환자 전담 전문의 경험이 있는 의료진으로 구성된 RRT가 출동한다. 환자 상태를 판단하고 혈압상승제·항생제 투여, 혈액배양 검사 등 합당한 초동 조치에 들어간다. 조치 후 추가 검사 및 중환자실 이송 여부 판단까지도 RRT의 권한이다. 상황이 종료되면 해당 과 의료진에게 인계한다. RRT는 하루 24시간 돌아간다.

RRS 도입 후 심폐소생술 상황 전무


RRT 도입 효과는 긍정적이다. 도입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6개월간 징후 발견에 따른 호출은 12건, 차트상 경고(1073건) 중 실제 출동 호출은 86건 있었다. 도입 전 6개월간 CPR 시행은 5건 있었지만 도입(외과계 총 9개과) 후에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RRS를 도입하지 않은 과는 같은 기간 24건에서 35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김 실장은 “시스템에서 중요한 지표는 CPR이 필요한 상황이 얼마나 줄어드느냐”라며 “RRT가 잘 가동될수록 CPR 건수가 줄고 결국 원내 사망률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RRS는 전혀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악화나 사망이 발생할 수 있는 일반병동 환자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줄일 수 있는 사망은 최대한 줄이겠다는 병원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김 실장은 RRS의 보편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그는 “RRS는 인력·장비 등 비용 때문에 병원이 선뜻 도입하기 쉽진 않지만 징후를 보인 환자를 그냥 놔두면 100% 중환자실에 가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도해볼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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