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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공 전사-5화]“5·18 진상 규명 마지막 기회…국민적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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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88년 6월 국회 결의로 구성된 5·18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위원회 출범 이후 유족들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광주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처벌을 요구해왔다. 유족들은 ‘5·18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제지당하거나(위 사진), 청문회 당시 ‘모르쇠’로 일관하는 증인과 당시 여당에 항의하려 국회에 난입하기도 했다(가운데). 이들의 노력은 결국 두 전 대통령을 피고인석에는 세웠지만(아래) 아직 완전한 진상규명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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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난 3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올해 9월14일 시행된 이 법은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민간인 학살과 발포 명령자·암매장·북한군 개입 등 지난 38년간 미완으로 남은 5·18 진상을 규명하도록 하고 있다. 법 시행 한 달이 넘었지만 조사를 진행할 위원회는 출범도 못하고 있다. 위원 9명 중 3명을 추천해야 하는 자유한국당의 위원 추천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18 진상규명을 더 늦출 수는 없다.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이 추천한 일부 위원들에게 5·18 진상규명 과제를 들어봤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만큼 전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5공 전사’ 보도 통해 어떤 부분 집중할지 정리

안종철 정치학 박사 (63·국회의장 추천)

경향신문

5·18 진상규명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생각들을 정리해가고 있었는데 경향신문의 <제5공화국 전사>를 분석한 기사를 접했다. 정확히 분석한 기사들을 하나하나 스크랩해 읽고 있다. <5공 전사> 보도를 통해 5·18 진상규명이 어떤 부분에 집중돼야 하는지 정리가 됐고 국민들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밝혀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발포 명령자다. 1980년 5월20일 오후 11시경 광주역 앞 발포와 다음날 도청 앞 집단발포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전두환의 책임성을 논하려 한다. 경향신문이 ‘5월20일 자위권 발동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만큼 <5공 전사>도 살필 것이다.

국방부와 옛 기무사령부 등에는 아직 상당한 자료가 있을 것이다. 전두환의 5·18 당시 행적을 담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보안사령관 동정일지’ 등을 찾아내 정확한 행적을 밝혀야 한다. 세밀한 그림을 그려야 5·18의 숨겨진 진실을 밝힐 수 있다.

암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행방불명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당시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됐던 공수부대원들을 추적해 관여한 사람들과 현장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번 위원회 조사를 통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민주화운동이 진행 중인 여러 나라에 과거사 청산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에 대한 모델로도 남아야 한다. 정치적 판단이 아닌 역사적 판단으로 5·18 진상을 담은 올바른 국가보고서를 만들어 전 세계 인류에 5·18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조사 목적은 ‘처벌’ 아닌 정의실현과 재발방지

송선태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63·민주당 추천)

경향신문

5·18 당시 군의 정치개입과 시위진압 등은 치밀한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이었고 전두환에 의해 주도된 것이다. <5공 전사>에도 ‘19일부터 격일로 국방장관실에 모여 광주의 상황을 점검했다’고 기록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동안 광주시민들에 대한 학살을 자인하거나 발포 명령을 시인한 사람은 없다.

그동안 5·18과 관련해 3개 기관에서 7번의 조사가 있었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1988년 국회 청문회는 5·18의 참상을 국민들에게 알렸지만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검찰도 1992년부터 3차례 조사를 진행했지만 책임을 묻지 못했다. 특검을 통해 1996년 91명이 기소됐지만 16명만 유죄판결을 받았고 곧 사면됐다. 발포 경위 등도 밝히지 못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지난해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도 있었지만 집단발포와 헬기사격 여부 등 조사 대상이 한정됐다. 진실화해위원회도 2010년 5·18을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자료만 수집한 채 조사를 개시하지 못했다. 지난 7번의 조사 결과를 놓고 우선 긍정적 부분과 미완의 과제를 구분해야 한다.

진상조사의 목적은 정의실현과 재발방지다. 처벌을 전제로 한 진상조사는 지양해야 한다. 처벌을 전제로 한다면 가해자들은 입을 닫을 것이다. 진상규명 신고센터를 전국적으로 구성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주는 그동안 ‘진실을 말하면 용서할 수 있다’고 수없이 밝혀왔다. 대국민 통합과 화합의 역사를 위해 양심에 호소한다.

■악의적인 ‘북한군 개입설’ 조사해 논란 끝내길

이성춘 송원대 국방경찰학과 교수 (55·민주당 추천)


경향신문

5·18은 전두환 등 신군부의 정권 찬탈 과정이었지만 이것이 한국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경향신문의 <5공 전사> 공개는 이런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특히 <5공 전사>를 통해 왜 5·18 진상규명이 필요한 것인지 더욱 명확해졌다. 가장 우선해서 5월20일 이미 계엄군에 발포 명령인 ‘자위권 발동 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새롭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발포 명령 지휘체계를 증명해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한 명령자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가장 악의적인 5·18 폄훼인 ‘북한군 개입설’도 반드시 조사해 논란을 끝내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일부 탈북자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북한의 ‘조선인민열사묘’ 등을 방문, 정말 광주에 투입돼 숨진 특수부대원의 묘가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향신문의 <5공 전사> 공개는 그동안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던 5·18 관련 기록을 세상에 공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군이 관련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면서 얼마나 많은 자료가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로 인해 자료의 왜곡도 많았다. 경향신문이 정부를 상대로 자료 공개를 요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번 기회에 5·18 관련 자료가 모든 국민들에게 공개돼 연구와 정신 계승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있는 자료를 먼저 찾아 모두 내놓아야 한다. 낱낱이 진상을 밝힌 뒤 정부 차원의 보고서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왜곡된 자료와의 싸움…기존 조사 진전시켜야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5·평화당 추천)

경향신문

5·18 진상규명은 여야를 떠나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발포 명령자와 헬기사격 여부, 민간인 학살, 암매장, 계엄군이 왜 그렇게 과격진압을 했는지를 먼저 규명해야 한다.

보고서 작성도 중요하다. 그동안 5·18은 국가 차원의 공인된 보고서가 없었다. 보고서는 5·18 왜곡과 폄훼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된다. 북한군 개입 등 논란이 많은 부분의 진상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5·18 당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도 위원회가 결정하면 조사 범위에 추가할 수 있다.

위원회 활동은 왜곡된 군 자료와의 싸움일 것이다. 지난해 5·18 당시 헬기사격 여부 등을 조사한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이건리 위원장도 “왜곡된 자료와의 싸움이었다”고 평가했다. 자료의 한계로 기존 조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던 것들을 위원회는 더 진전시켜야 한다.

정부가 얼마만큼 협조해줄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번에 경향신문을 통해 <5공 전사>가 공개됐지만 실질적으로 숨어 있는 군 자료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정보원 자료도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또 하나 기대해볼 수 있는 게 아직 당시 가해자들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그들로부터 핵심적인 참회를 받아낼 수 있는지가 위원회의 성패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현장지휘관들이 용기를 내 진술할 수 있도록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38년 전 진실을 규명하는 마지막 기회다. 위원들이 정파를 떠나 협력해야 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이들의 명예는 되찾아야만 한다

경향신문

강현석·조형국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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