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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광복 73년만에… "日기업, 징용피해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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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965년 韓日협정과 개인 손해배상 청구권은 별개

신일철주금, 피해자 4명에 1억원씩 지급하라" 확정 판결

13년 8개월 동안 숱한 파문을 일으킨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피해자의 승소로 30일 종결됐다. '일제 불법 지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사라지지 않았다'는 이날 판결로 인해 파문은 일본 기업을 넘어 양국 외교·역사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여운택씨 등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일제 당시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철주금은 여씨 등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에 일제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은 광복 73년 만이다.

지난 2008~2009년 1·2심 재판부는 "이미 배상 시효가 지났고, 같은 사건을 기각한 일본 판결이 국내에도 효력을 미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불법 식민 지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신일철주금은 피해자에게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신일철주금이 불복해 사건은 2013년 대법원에 다시 올라왔고, 지난 7월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쟁점은 1965년 청구권 협정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이 포함됐는지 여부였다. 일본이 제공한 청구권 자금으로 일본 측 배상이 끝났는지, 청구권 협정과는 별개로 개인 청구권이 존재하는지가 중요한 판단 대상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청구권 협정은 불법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이 협상 과정에서도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피해 배상을 부인했기 때문에 위자료 청구권이 협정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94)씨는 직접 법정에 나와 선고를 지켜봤다. 원고 4명 중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선고 직후 "재판에 이겼는데 나 혼자 남아 마음이 슬프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가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와 함께 한편으로는 한·일 국교 정상화의 전제가 된 청구권 협정 내용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국제적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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