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각국 대사가 언론 기고하라"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 전면전
한국은 "총리실 중심 대책 마련" 되풀이
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부당하다는 점을 각국 재외공관을 통해 발신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일부 대사관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고노 다로(河野太?) 외무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을 영문판으로 번역해 홈페이지와 대사의 SNS에 게재하고 있다.
홈페이지 외에도 영사관을 포함한 재외공관 등에 현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산케이 신문은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한국 대법원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대사가 현지 미디어에 기고하는 방안이 홍보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외무성 간부는 “(이번 판결을) 한·일 간의 문제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올바른 이해를 얻으려면 지금 시점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다른 국가에 대한 대응까지 세우는 등 치밀게 전략을 세워왔음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東京) 외무성에 이수훈 주일 한국 대사를 불러 한국 대법원이 일본의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와 달리 한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열흘이 되어가도록 정부의 기본 입장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판결 당일인 지난달 30일 이낙연 국무총리 명의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관련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겠다. 관계부처,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정부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사실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본의 반발이 과격해지자 6일 외교부가 뒤늦게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매우 우려한다”, 7일 이 총리가 “일본 정부지도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계속하는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요지의 입장문을 낸 게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밝힌 입장의 전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신임 정운현 비서실장(왼쪽)과 함께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30일 대법원 판결 직후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고노 외무상은 “왜 한국 정부는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있느냐”고 항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사가 “총리실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니 시간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한데 대한 반응이었다.
실제 일본 정부는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한국 정부의 조속한 입장 표명을 촉구해왔다. 고노 외무상은 지난 2일 자민당 외교부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법원 판결은) 100% 한국 측의 책임으로 (한국이) 대응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언제까지 (한국측 대응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은 즉각적인 입장을 요구한데 반해, 한국은 시간을 갖고 냉정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대응방식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면 길게 시간을 끌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사법부의 판단을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연히 시나리오별 대응을 마련해놓고 대응했어야 한다. 일본 측의 과격한 반응은 한국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자초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