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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퇴직연금 도입 기업 57% 적립금 부족..'구멍'난 노후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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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머니투데이

퇴직연금 DB형(확정급여형)을 도입한 기업 10곳 중 6곳은 퇴직금 지급을 위해 사외에 쌓아놓아야 할 적립금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이 부족하면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근로자 노후 대비에 ‘구멍’이 날 수 있다. 문제는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는 기업의 퇴직연금 적립액 부족을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13일 정치권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퇴직연금 DB형을 도입한 기업 9만8000여곳(12월 결산법인 기준) 가운데 57%가 사외 적립금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은 퇴직금 재원을 회사가 아닌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에 따로 적립해야 한다.

기업은 퇴직연금을 도입할 때 DB형과 DC형(확정기여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데 DC형은 기업이 정해진 퇴직금을 매월 정산해 근로자 개인통장에 넣어주면 근로자가 알아서 운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DB형은 매년 퇴직금을 정산해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한 뒤 근로자가 퇴직하면 약속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DB형은 퇴직금 운용을 회사가 책임지고 근로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DB형이 110조9000억원, DC형이 43조3000억원으로 DB형이 DC형보다 2배 이상 많다.

DB형을 도입한 기업은 현재 지급해야 할 퇴직금의 80% 이상(최소 적립금)만 퇴직연금사업자에 별도로 쌓아두면 되지만 2021년까지는 적립금 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문제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80%인 최소 적립금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 57%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2016년말 기준 51%에서 늘어난 것이다.

최근 근로자 30명 이하 소규모 기업들이 속속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DB형 최소 적립금 기준을 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적립금이 부족하면 근로자가 퇴직할 때 기업 자체 재원으로 모자라는 퇴직금을 현금 지급해야 하는데 소규모 영세기업일수록 여유자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퇴직급여법에는 사외 적립금이 부족해도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어 문제로 지적된다.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회사가 매년 재정검증을 하고 그 결과 적립금이 부족한 기업과 직원에게 이런 상황을 알리는 것이 유일한 규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말 적립금 부족 기업에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1년 가까이 진전이 없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적립금 부족 기업은 3년 안에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재정안정화 계획을 수립해 자율적립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퇴직연금제도가 임의제도인 상황에서 과도하게 재재할 경우 오히려 과거 퇴직금제도로 회귀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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