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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EU “브렉시트 재협상 재고해달라” 메이 요구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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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13일(현지 시각)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재협상 요구를 거절했다. 다만 전환 기한인 2020년 12월까지 ‘백스톱(영국의 임시적 관세 동맹 잔류)’을 발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영국이 아무런 협상과 조약 없이 EU를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딜 브렉시트다. 이 경우 영국은 EU 회원국들과 모든 조약을 개별적으로 다시 맺어야 한다. 주도권을 가진 회원국들이 영국에게 불리한 조건을 요구할 것이 분명해 그 기간이 얼마가 될지도 알 수 없다. 영국이 하루 아침에 섬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018년 12월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를 가진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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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이후 "영국은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며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대비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메이 총리는 용감한 싸움을 이끌었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그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 의회가 비준 동의안을 가결하기 위해선 백스톱 관련 합의에 대한 EU의 법적·정치적 확약이 필요하다는 메이 총리의 호소에도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EU는 이날 회의에서 메이 총리가 발언할 시간을 10분만 배정한 뒤, 그를 퇴장시키고 나머지 27개 회원국 정상들끼리 따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 총리가 발언한 10분 동안의 회의장 분위기도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메이 총리에게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늘 논의는 정치적인 것이지 법률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백스톱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으로 남는 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를 놓고 영국과 EU가 타협한 조항이다. 국경은 유지하되 통관 검사 등 실질적인 절차는 없애는 형식으로 북아일랜드 일대를 EU 단일 시장에 일부 남기고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묶는다. 그러나 영국 보수당 의원들은 이 조항으로 영국이 EU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 주장하며 합의문 비준에 반발하고 있다. 합의문에 백스톱을 중단하거나 수정할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데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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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8년 12월 12일 하원에서 내각총리에 대한 질의시간에 답변하고 있다. /영국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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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정상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EU는 영국과 장래에 친밀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며 "백스톱이 발동되지 않도록 2020년 말까지 이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또 "백스톱을 발동하더라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막기 위한 다음 합의 때까지 일시적으로, 엄격하게 필요한 기간에만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영국 보수당 등이 바라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은 아니다.

영국 하원은 내년 1월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메이 총리는 1월 21일 전까지는 브렉시트 합의문 표결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영국 의회는 지난 11일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비준 동의안을 투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동의안이 가결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연기하면서 불신임 투표로까지 이어졌다.

영국은 EU와 브렉시트 합의문에 동의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3월 29일 EU를 탈퇴하게 된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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