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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원조 비서실장' 노영민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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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때 文캠프 비서실장… 임종석 이어 2기 청와대 합류

靑 "대통령이 가장 믿는 인물"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노영민(62·사진) 주중 대사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에 임명했다. 또 신임 정무수석에는 강기정(55)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민소통수석엔 윤도한(59) 전 MBC 논설위원을 임명했다.

임 실장 등 '신(新)친문' 인사들이 2선 후퇴하고 '원조 친문'이 전면에 나서면서 대통령 친정(親政) 체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청와대 개편은 문 대통령 5년 임기의 3분의 1(20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임종석 실장은 이날 인사 발표 브리핑에서 노 신임 실장에 대해 "기업 및 민생 경제 활력이라는 올해 국정 기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강 신임 수석에 대해선 "여·야·정(與野政) 상설 협의체의 성공적 운영, 협치를 통한 국민 대타협의 길을 여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했고, 윤 신임 수석에 관해선 "국민 중심의 소통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고 했다.

노 실장은 이날 오전 중국에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초 전날 입국하려던 노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訪中)으로 귀국을 하루 늦췄지만, 후임 인선까지 당분간 주중 대사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노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방문 중인데 귀국한 데에 비판적 목소리가 있다'는 지적에 "귀국을 오늘로 늦춘 것도 그 이유가 있었다. 비판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노 대사는 작년 6월 김정은의 3차 방중 때도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 논란이 됐다.

조선일보

노영민(오른쪽)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 발표를 마친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포옹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강기정 정무수석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각각 임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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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選) 의원 출신인 노영민(62)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은 경기·고용 악화와 특별감찰반 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작된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를 책임져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년 차 때 '개혁'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3년 차 파도를 넘기 위해 가장 편하고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에선 "노 실장이 대통령 신임을 바탕으로 청와대 참모진을 빠르게 장악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노 실장에게는 '원조 친문(親文)' '진문(眞文)'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비서실장, 지난 대선 때는 조직본부장을 맡는 등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당시 라디오 토론회에서 '주요 정치 현안을 누구와 상의하느냐'는 질문에 "노영민 의원과 상의한다"고 했다.

노 실장은 정부 출범 초기에도 비서실장 후보로 임종석 실장과 경쟁했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이른바 '광흥창팀' 출신인 임 실장에게 자리를 내줬고, 주중 대사로 임명됐다.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뒀다고 해서 붙여진 광흥창팀은 임 실장 등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대선을 이끌었던 '신(新)친문' 그룹이 주축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노 실장이 정부 출범 초기 중국 대사로 임명받으면서 상당히 힘들어했다"며 "중국에 있는 동안에도 국내 현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등 '복귀'를 기다리면서 절치부심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노 실장 발탁을 두고 야권(野圈)에선 "친문 인재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의 주요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노 실장은 지난 4일 베이징에서 한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소득 주도 성장 방향은 맞는 것"이라고 했다.

노 실장의 2010년 '아들 국회 취업' 문제와 2015년 '피감(被監) 기관 시집 판매' 논란도 야권 반발을 부를 수 있다. 2010년 6월 보좌진 경력이 전혀 없는 노 실장의 20대 아들이 같은 당 소속 홍재형 당시 국회부의장 산하 4급 기획비서관으로 특채됐다가 같은 해 10월 자진 사퇴했었다. 노 실장은 세계사의 명연설문과 평가를 곁들인 '싯다르타에서 빌 게이츠까지' 등 여러 권의 책과 시집을 출간했다. 2015년 12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당시 노 실장은 의원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를 두고 피감 기관들을 상대로 자신의 시집을 판매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 실장은 이 일로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전기공사기술자 자격증을 갖고 있는 노 실장은 학생운동으로 도피 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배전공사 기술자로 일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전기는 완벽한 세계"라며 "전기를 다루면서 꼼수를 부리면 죽음과 직결될 수 있다"고 했다.

노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실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실장이 됐든 수석이 됐든 (대통령의) 비서일 뿐이다. 그것을 항상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노 실장은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회에서 신성장산업포럼 대표 등을 거쳤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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