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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징용 판결 첫 대응조치 ‘청구권 협정 따라 협의하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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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철주금에 자산 압류 통지 도착하자 곧바로

65년 청구권 협정 규정에 따른 것, 54년만 처음

협의 불발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카드 꺼낼듯

아베,유럽출장 떠나며 관계각료 회의 개최 지시

경제부처에 법무성까지 참여 다방면 제재 검토

한국 법원이 징용 재판 피고인인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 압류 신청을 받아들인 지 하루 만에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협의 요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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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9일 오전 브리핑에서 자산 압류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협의를 곧 한국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오후 4시께 자산 압류 통지가 신일철주금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뒤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하며 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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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이수훈 주일한국대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주일 한국 특파원단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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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 요청은 지난해 10월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의 첫 대응 조치다. 65년 청구권 협정 제3조 1항은 “협정의 해석이나 실시에 관한 분쟁은 먼저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협의를 요청한 건 54년 만의 첫 사례다. 일본 외무성은 자료를 통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청구권 협정 2조(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에 명백하게 반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당초 일본 내에선 “한국 정부가 징용 판결에 대한 입장을 정리 중인 만큼 당장 협의를 요청하기보다는 좀 더 상황을 관망하며 자산에 대한 강제 집행이 이뤄지는 단계까지 기다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곧바로 협의 요청을 한 건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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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판결 원고측 대리인들이 지난해 12월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해 "배상을 위한 협의에 응하라"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윤설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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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협의 요청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만 했다. 외교부는 일본의 협의 요청에 응하는 자체가 잘못 해석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외교 협의를 요청한 것은 청구권 협정의 다음 수순인 중재위원회 회부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외교 협의로 해결되지 않으면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에 회부하도록 청구권 협정은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재위 회부도 한국 측이 거부하면 열리기가 쉽지 않다. 일본 정부는 이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로 넘기는 제소 카드를 뽑아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한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ICJ 절차가 진행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계속 거부하면 일본 입장에선 법적인 수단으로는 국제적 여론을 환기하는 것 외엔 별 소득이 없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과 출입국 심사 강화 등의 제재도 검토 중이다. 이날 유럽 출장을 떠난 아베 총리의 지시로 열린 관계 각료회의에 재무성·경제산업성·국토교통성·농림수산성 등 경제부처와 출입국 관리를 담당하는 법무성의 대신 또는 부대신이 참석한 것도 이 때문으로 관측된다.

단 제재를 발동한다면 전면전을 선언하는 셈이 돼 쉽게 뽑아들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다만 상징적으로 일부 조치를 취할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정부의 강경 대응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총리실의 징용 관련 입장 발표 등을 앞두고 한국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렸다는 분석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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