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 11일까지 분향소 가족식당 등 시설 철거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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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인 진도 팽목항의 4·16 현장이 흔적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팽목항은 수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미수습자를 기다린 ‘기억의 공간’이다.
팽목 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세월호 참사 이후 중단된 전남 진도항(팽목항) 개발사업이 재개되면서 4·16 현장이 사라지게 됐다”고 9일 밝혔다.
팽목항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16일부터 세월호를 인양해 목포항으로 이송한 2017년 3월31일까지 국민적 슬픔과 분노, 기다림을 투영한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미수습자 가족 숙소 10동이 목포항으로 옮겨진 뒤 분향소(현재 기억관), 가족식당, 강당, 성당, 창고, 화장실 등이 남아있다.
대책위는 “진도항 여객선터미널의 대합실과 주차장을 짓는 공사를 수용하지만 이 항구에서 1000일 넘게 펼쳐졌던 수색작업, 수습활동, 자원봉사, 추모행사 등을 떠올릴 수 있는 기억공간을 소규모로라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구의 배후지를 활용해 △소녀상 정도의 희생자 기림비 건립 △소공연이 가능한 4·16공원 조성 △옛 안치소를 알 수 있는 표지석 설치 △지상 1층 66~99㎡의 소박한 4·16기록관 마련 등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기억공간 조성에 동의하는 단체와 개인 3380명의 서명을 받았다. 또 이를 관철하기 위해 진도군수와 전남지사한테 각각 3차례 면담을 신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진도군은 4·16 기억공간이 지역에 부정적인 인상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책위는 완공까지 2년이 남았으니 설계를 변경해 요구를 반드시 반영하겠다는 태도다. 김화순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공간이 가로 9m 세로 3m인 분향소이다. 이곳은 현재 추모객의 쉼터와 기억관으로 쓰이고 있다. 완공까지 2년 동안 위치를 바꿔서라도 이 컨테이너만큼은 꼭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6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단원고 2학년 8반 고우재군의 아버지 고영환(52)씨도 같은 바람을 드러냈다. 고씨는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밟혀서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 떠나지 않겠다. 기억할 공간을 마련해 두고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도군은 최근 4·16가족협의회에 공문을 보내 “진도항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11일까지 시설물들을 철거해 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전남도는 2020년까지 398억원을 들여 진도항에 지상 2층, 건축면적 1100㎡ 규모의 터미널을 비롯해 부두의 편의시설과 접안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현재는 가족숙소 울타리에서 팽목항 방파제 구간의 바다를 매립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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