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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에도 금융시장 차분…“이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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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회가 15일(현지 시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을 부결시켰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분했다. 이날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오히려 올랐다. 그러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타결한 합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영국과 EU의 합의 없이 오는 3월 29일 브렉시트가 발효되면 세계 경제에 적잖은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영국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찬반 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은 총 639표 중 반대 432표, 찬성 202표로 부결됐다. 메이 총리는 투표 전 의원들에게 "합의안이 부결되면 영국은 불확실성과 분열로 내몰릴 것"이라고 찬성표를 호소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메이 정부는 영국 의정 사상 최대 표차(230표)로 의회에 패배했다.

영국 합의안 부결 후 제1야당인 노동당은 메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불신임안 투표는 16일 실시된다. 하원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불신임안이 통과된다. 이후 하원은 14일 안에 새 내각 신임안을 의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총선거가 열리게 된다.

조선일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9년 1월 15일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와 관련해 말하고 있다. /영국 하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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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됐지만 이날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표결 후 미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0.1% 오른 1파운드당 1.289달러를 기록했다. 표결 전날 1% 이상 하락했다가 반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이미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을 예상했기 때문에 여파가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시장에서 이미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까지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브렉시트 일정이 늦춰지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의원들이 오는 브렉시트 날짜를 연장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14일 영국 가디언은 EU가 영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브렉시트 기한을 7월까지 늦추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 남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무런 협상과 조약 없이 EU를 떠나게 되는 노딜 브렉시트다. 교역, 국경 문제 등을 합의하지 못하면 영국 경제와 안보 전반에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8% 감소하고, 실업률은 7.5%로 치솟으며, 집값은 30% 급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딜 브렉시트는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켓워치는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의 투자를 받아온 글로벌 기업들과 주요 투자은행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기 침체가 다른 유럽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유럽에 있는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세계 무역 시장의 혼란도 예상된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회원국으로서 맺었던 모든 무역 협정이 파기된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무역 상대국에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관세율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EU 관세율보다 높다. 영국 교역국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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