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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김경수 KTX' 등 예타 떨어진 7개 사업 부활… 부·울·경에만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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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발표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별 나눠 주기식 선심성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라고 요약할 수 있다. 23개 예타 면제 사업의 지역 분포를 보면 짜맞춘 듯 전국에 고르게 퍼져 있지만, 권역을 묶어서 보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일 만큼 문재인 정부와 가까운 사람이나 지역에 대한 배려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에 대해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우선 선정했고, 2개 이상 시·도를 연계해 지역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도 다분해 보이는 예타 면제

먼저 정부가 이날 발표한 예타 면제 사업들을 보면 한 번 퇴짜 맞았던 사업을 살려내 재추진하는 것에 대해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많다. 정부가 발표한 예타 면제 대상 23개 사업 중 7개(전체의 30%) 지역사업은 과거 예타 조사를 거쳤으나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평가 등에서 낙제점을 받아 추진이 좌절됐던 사업이다. 이 사업들에 들어가는 비용만 9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40%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사업 4개에 6조7000억원이 배정된 것이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1호 공약인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KTX·4조7000억원)와 문 대통령과 가까운 송철호 변호사가 시장으로 있는 울산의 숙원 사업인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1조원)가 포함된 것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도 이번에 큰 선물(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예타 면제)을 받았다.



조선비즈

29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청에서 박윤국(왼쪽 사진의 앞줄 가운데) 포천시장과 시민들이 지하철 7호선을 포천까지 연장하는 사업이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된 것을 반기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반면 이날 오전 환경 단체인 한국환경회의 관계자들은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발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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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남부내륙철도의 경우, 민주당이 동부 경남에 비해 열세인 서부 경남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전략적으로 노린 포석이라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남부내륙철도는 2014~ 2017년에 다양한 시나리오로 예타 조사를 실시했으나 최대 B/C(비용 대비 편익)가 0.72에 그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업이다. B/C 수치가 1보다 낮으면 투자한 비용만큼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뜻으로, 혈세 낭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민자사업으로도 적격성 조사를 해봤으나 사업을 추진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었다.

이밖에 예타를 진행하고 있다가 이번 발표로 갑자기 추진하게 된 사업이 8개(평택~오송 복복선화, 세종~청주 고속도로 등), 예타를 시작하지도 않았던 사업이 8개(새만금 국제공항, 도봉산 포천선 등)나 된다. 새만금국제공항의 경우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무안국제공항과 고객·노선이 겹쳐 제대로 된 운영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해 광주전남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새만금 신공항 추진은 공항 이용권 중복 등 공항시설의 중복 투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계적 배분' 흔적… 비난 여론 우려해 초대형 사업은 제외

이번에 예타 면제를 받는 23개 사업 중 지역특화산업 육성, 국도 위험 구간 보수 등 전국적 사업 4건을 제외하면 총 19개가 특정 지역에 큰 호재(好材)인 사업이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가 지역 숙원 사업 1~2개를 예타 면제 받았는데 평균적으로 보면 지역 1곳당 1조1330억원, 1.3개 사업이 해당한다. 울산과 전남, 전북이 각각 2개의 사업을 바로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13개 시·도는 모두 사업 1개씩 골고루 예타 면제를 받았다. 시·도 중에서 예타 면제 받은 사업이 3개를 넘거나 미선정된 지역은 한 곳도 없을 만큼 '기계적' 분배가 이뤄졌다. 국토 전역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 예타 면제 사업 개수를 똑같이 맞춘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닌데, 지역 민심 이탈을 우려해 '선심성 배분'에만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최승섭 부장은 "똑같이 나눠 줘야 한다는 강박이 지역균형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내년 4월 총선을 노린 선심성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별 예타 면제 사업비 규모가 경남(4조7000억원)을 제외하면 15개 시·도가 평균 8000억원이라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김지섭 기자(oasi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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