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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케이맨제도·몰타가 국내 주식시장 ‘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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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외국인 순매수 3조7000억원 / 2년 6개월만에 최대… 美·英·日 대표 강자 / 룩셈부르크·몰타·아일랜드도 ‘톱10’에 / 의외 국가들 등장 ‘조세피난처’ 공통점 / 내국인, 페이퍼 컴퍼니 통해 해외 자본화 / 금감원 "비실명제로 실체 확인 어려워"

세계일보

국내 주식시장 외국계 자본의 큰손은 어느 나라일까?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금융 강국 미국·영국·일본 등이 큰손이다. 그런데 룩셈부르크·몰타·아일랜드 등 의외의 나라가 열손가락 안에 꼽힌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외국인이 순매수한 국내 상장주식은 3조7000억원으로 2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나라별로 보면 단연 미국이 가장 많다. 세계 금융의 1번지답게 미국은 지난달에만 1조4590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외국계 자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유 중인 전체 주식은 243조4430억원어치로 외국계 자본 중 42.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거래량이 많은 국가는 서울 면적의 네 배 크기인 룩셈부르크였다. 인구 59만명인 룩셈부르크는 지난달 6160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사들이면서 총 46조2610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했다. 보유량 순서로는 영국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이름도 낯선 케이맨제도에서 지난달 국내 주식 3120억원을 사들여 전체 주식 보유량만 7조8280억원(13위)에 달했고, 버진아일랜드는 순매수 1900억원, 몰타는 순매도 560억원으로 지난달 국내 주식거래 큰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일랜드 역시 국내 보유주식 총액은 21조9190억원으로 5위에 올랐다.

룩셈부르크·몰타·아일랜드·케이맨제도 등 의외의 국가가 국내 주식시장의 강자로 꼽힌 공통점으로는 ‘조세피난처(Tax haven)’라는 점이다.

조세피난처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소득세나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15% 이하의 국가를 뜻한다.

세계일보

몰타는 스스로 조세피난처를 부인하면서 명목 법인세율을 35%로 규정하지만, 납부한 세액을 각종 명목으로 환급하면서 실질실효 법인세율은 5.3%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 평균 법인세율인 22%에 비하면 현격히 낮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언스트앤드영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매력도 조사에서 설문에 응답한 기업 74%가 ‘몰타에 투자하기가 매력적’이라고 답했고, 이 중 88%가 그 이유로 ‘법인세가 낮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도 겉으로는 법인세가 29%로 국내 최고 법인세율인 25%보다 높지만, 기업의 지식재산권 수익에 대해서는 80%까지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각종 공제를 통해 10% 수준으로 낮아진다. 부가가치세 역시 15%로 EU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버진아일랜드·케이맨제도 등은 법인세·상속세·증여세 등이 면제되는 국가다. 버진아일랜드 등의 국적 기업이 국내 주식을 통해 돈을 벌어도 자국에 세금을 단 한푼도 내지 않고, 심지어 상속할 때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 조세피난처 자본의 특징은 기업의 국적은 각국의 이름을 달아도, 투자자의 국적은 일관되지 않다. 예를 들어 국내 투자자가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피하기 위해 몰타나 케이맨제도에 서류상 존재하는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거나, 해당 국가 펀드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오면 외국계 자본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대표적인 금융강국을 제외하고 법인세가 지나치게 낮은 몰타·버진아일랜드 등 자본은 조세피난처로 볼 수 있다”며 “상당수의 국내 투자자가 페이퍼 컴퍼니나 펀드를 통해 조세피난처 국가 자본으로 둔갑하는데 비실명제 등의 이유로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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