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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딜레마 한국게임] ③기본 중의 기본, 시장을 만드는 건 유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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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결제에 대한 유저들 인식 개선도 필요, 새로운 모델 성공 사례 이어져야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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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PC온라인ㆍ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부분 유료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유저들이 불만을 표하는 많은 부분이 유료 게임 판매가 아닌 부분 유료화 방식이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패키지 판매나 매월 돈을 내는 월정액 결제 방식과 달리, 부분 유료화는 게임 내 과금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게임의 방향과 콘텐츠에 영향을 주는 탓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과거로 돌아가 보면 부분 유료화 방식이 도입된 배경에는 유저들의 영향이 있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은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졌다. 인구가 작은 나라라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가, 무엇보다 사용자들의 저작권 인식이 부족해 정당한 돈을 주고 콘텐츠를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게임의 불법 복제와 P2P를 통한 불법 배포 등은 판을 쳤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게임사는 망하게 됐다. 피처폰 시절에 나온 모바일 게임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국내 게임 유저들의 성향에 맞추기 위해 등장한 게 부분 유료화 모델이다. 그 첫 시작은 2001년 넥슨의 ‘퀴즈퀴즈’의 무료화 선언으로 알려졌다. 그 이전 온라인 게임들은 대부분 월정액 수익 모델이었다. 유저들의 무료화 요구와 새로운 수익 모델에 대한 가능성을 엿본 넥슨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이후 다른 게임사에서도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아바타, 스킨 등 캐릭터를 꾸미는 유료 아이템 위주로 진행됐지만, 그 영역이 점차 무기 강화,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번졌다. 게임 업체의 수익은 크게 성장했다.

콘텐츠 소비자들의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그렇지만 게임의 실제 수익 모델이 확률형 아이템 배제,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유료 아이템 등으로 이어지기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양산형 탈피’해도 결과는… 수익성 낙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양산형 게임’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넥슨은 개발 기간 약 6년, 개발비 2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모바일 MMORPG ‘듀랑고’를 2018년 1월 출시했다. 기존 장르의 게임들과는 다른 개성과 독특한 게임 방식으로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게임은 같은 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게임성을 인정받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최근 출시한 게임 중에는 지난 1월 출시된 하운드13의 ‘헌드레드 소울’이 모바일 MMORPG 임에도 수동사냥을 채택하며 주목받았다. 확률형 아이템이 없고, 인기 원작 IP도 없으며,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지도 않았다. 착한 과금 모델에 유저들은 반가워했고 게임성도 인정받았다. 헌드레드 소울은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출시 초기엔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1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2월 13일 기준으로는 21위에 올라있다. 10위 안으로 진입하는 데는 실패한 모습이다. 물론 이 순위도 준수하지만 게임이 호평 일색이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다소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게임성만으로 승부를 보는 모바일 유료 게임 부문은 개발비를 회수하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간단한 예로 유료 모바일 게임 순위 1위인 게임의 앱 마켓 매출 순위는 100위권 밖에 있다. 매출 순위 1위부터 100위까지는 모두 부분 유료화 게임들이다.

넥슨은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어드벤처 게임 ‘애프터 디 엔드’를 지난 2017년 3월 선보였다. 이 게임은 넥슨이 최초로 선보인 유료 모바일 게임이다. 인디 개발사가 아닌 대형 게임사가 부분 유료화가 주력인 시장에서 선보인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았다. 저력 있는 개발사에서 개발한 만큼 게임성도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게임도 수익성으로는 낙제점을 받았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약 20년 전 인기를 끌었던 ‘창세기전2’ 같은 패키지 게임 가격이 지금 패키지 게임들의 가격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게임이 너무 싸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433에서 출시한 미스터리 군상극화 ‘회색도시2’는 6개의 에피소드를 나눠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출시했는데, 총 구입 비용은 약 5만원이었다. 이 가격은 ‘모바일 게임에 5만원은 과하다’는 여론에 못 이겨 결국 무료화로 전환됐다. 약 4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유료 모바일 게임 가격에 대해 유저들의 생각이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현재 유료 게임 가격은 약 4000원 수준이다. 유료 게임 순위권에 있는 게임의 다운로드 수는 10만에서 50만건으로 추정된다. 간단한 예로 4000원짜리 게임을 10만명이 사도 매출은 4억원 남짓이다. 그 다운로드 수도 출시 이후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제작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3위 수준 게임의 하루 매출이 수억원인 걸 감안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게임 업체들이 부분 유료 게임에 매달리는 이유다.

게임 업계에서는 “욕 먹는 게임이 잘되고 있는 게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다수의 지지를 받는 게임보다, 소수의 지지를 받지만 일인당 과금액이 큰 게임이 결국 게임사를 먹여 살린다는 건 업계에서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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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판, 바뀔까?

지금의 국내 게임 부분 유료화 BM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유지될 거라는 전망이 더 가능성을 얻는다. 다만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근엔 게임에 많은 돈을 결제하는 일부 해비 과금러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업계 내부에서도 일부 게임들의 과금 체계가 과하다는 공감대가 없는 건 아니다.

게임사의 사업 방침은 시장의 반응에 따라 정해진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 부분 유료화 중심의 수익 모델이 바뀌려면 ‘배틀그라운드’ 같은 새로운 장르와 수익 모델이 대박을 터트리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거나, 유저들이 지금의 부분 유료화 게임을 더 이상 사지 않거나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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