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인의 문화적 특성이라 말한다. 나쁘게 말하면 도태지만 좋게 보면 익숙함의 여유다. 도시개발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면 가차없이 밀어버리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수 백년이 지난 노포(오래된 상점)들이 즐비하다.
19일 일본 도쿄 현지에서 만난 직장인은 "한국은 수시로 핫플레이스가 달라지는 곳이지만 일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익숙한 것을 추구하며 자신의 자리에 묵묵히 머무려는 특성이며, 이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려는 현재 일본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일본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노년층이 증가하며 빠르게 트렌드가 변하는 디지털보다 예전의 아날로그가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은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2025년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5%를 돌파하며 요양시설이 이들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그 연장선에서 디지털 전환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전환은 글로벌 스탠다드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특히 팬데믹이 덮치며 디지털 전환은 시대의 과제가 됐다. 일본 정부가 2021년 디지털청을 발족시킨 배경이다.
최근에는 성과도 점점 나오고 있다. 법적인 효력이 있는 디지털 유언장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종이 의료보험증을 2024년 가을에 폐지, 대신 마이넘버카드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현지 반응은 엇갈린다. "디지털청에 대한 믿음 자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긴자 인근 40대 상인)는 말도 있지만 "일본이 서서히 디지털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 느껴진다"(30대 직장인)는 반응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큰 틀에서 일본의 디지털 전환이 꿈틀댄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일본은행과 일본신용협회, 캐시리스추진협의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현지서 결제된 신용카드·QR코드·직불카드 등을 포함한 캐시리스 거래액은 전년보다 17% 증가한 111조엔(약 1100조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역대 최대치다.
우버도 일본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우버이츠라는 배달음식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데마에(음식배달 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앱에 미리 기록된 결제정보를 통해 자유로운 택시호출을 지원하는 전략도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강력한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바탕으로 일본의 많은 택시회사들을 디지털 전환의 길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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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호출의 경우 우버가 일본에 진출하며 오랜 전통에 묻혀 '잠들어 있던' 택시업계를 깨웠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만약 우버가 일본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현지 택시업계 디지털 전환 백미로 여겨지는 택시호출의 강자 고택시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고택시를 이끄는 가와나베 이치로 대표는 전국택시조합회장, 도쿄택시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택시회사인 일본택시의 대표를 맡고 있는 '택시인'이다. 별명 조차도 '택시 프린스'다.
다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우버 등의 진입으로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아날로그가 익숙한 노년층이 시대의 트렌드에서 탈락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는 쉽고 편리하며 효율적이지만 점원과의 대화로 서비스는 접근하는 노년층에게는 오히려 일상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의 딜레마다.
다행히 우버가 이 대목에서도 의미있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GO/GET 서비스를 전격 등판시키며 가족, 그룹 라이드, 재미 서비스 카테고리를 재편한 가운데 가족 카테고리에 1-833-USE 우버라는 기능을 넣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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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아날로그로 돌아가, 전화로 우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1-833-USE-UBER(1-833-873-8237)로 전화하여 차량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화 통화 기반 예약 서비라는 설명이다. 이는 일본과 같은 초고령화 시대 국가, 나아가 일본의 길을 걸어가는 한국에게도 디지털 전환의 입체적 가동이라는 대전제에 확실하게 접근할 수 있는 힌트가 되어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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