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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낙태죄' 위헌여부 오후 2시 판가름… 태아 생명권 vs 여성 자기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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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헌법재판소가 드디어 오늘(11일) 낙태죄 처벌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2012년 재판관 의견 4대 4로 위헌 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해 낙태죄가 ‘합헌’으로 결정된 지 7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헌재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한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앞서 2013년 동의 낙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동의낙태죄가 위헌이라며 2017년 2월 헌법 소원을 냈다.

헌재는 동의낙태죄 위헌여부를 심사하기 위해서는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심사가 전제돼야 한다며 두 조항 모두를 심판 대상으로 삼아 심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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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에 대한 위헌 판단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 6인 이상이 처벌 조항에 위헌 의견을 내려야 한다.

2012년에는 헌재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태아는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 된다”며 낙태죄 처벌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결정문에서 “낙태죄에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면 결국 중절 수술이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1일 최종 판결을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6기 헌법재판관들이 이전 결정과 달리 낙태죄 처벌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로 구성된 헌법재판관들도 낙태죄에 대해 전향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성 재판관이 2명인 점 등을 들어 7년 만에 결정이 뒤집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

유 헌재소장은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에서 낙태죄 처벌에 대해 “임신 초기에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임신 중절을 의사나 전문가들의 상담을 거쳐서 허용하는 방안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입법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답한 바 있다.

다만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임신 초기의 낙태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므로 일정 기한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식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결정과 달리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때문에 낙태죄 형사재판과 관련해 추가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헌재가 낙태죄 처벌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이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A씨는 물론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고인들에게 공소기각에 따른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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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판결 촉구 청년학생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전 헌재 앞은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반대하는 시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민주노총 등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시민사회단체 23개가 모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고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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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낙태죄 폐지반대 생명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맞서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시민연대)는 오후 1시부터 인간의 존엄성과 존중이라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 낙태죄 유지를 주장하는 피켓시위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헌재의 선고 직후에는 공동행동과 시민연대 모두 헌재 결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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