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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대통령 효과? 해운업계, 새 회계기준 발 6조 매출쇼크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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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리스 회계기준 감독지침

"기존 장기운송계약, 전액 매출 처리"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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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가 새 리스 회계기준(IFRS16) 도입으로 인한 ‘매출쇼크’를 피하게 됐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한 뒤 나온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새 리스 회계기준서 시행(2019년) 이전에 체결된 해운사·화주 간 장기운송계약은 기존처럼 전액 매출로 회계처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해운업계의 매출이 전년 대비 급감하는 혼란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장기운송계약(CVC)이란 해운사(벌크선사)가 포스코·한국전력·현대제철 같은 대량 화주와 10년 이상 기간으로 맺는 계약이다. 보통 철광석·원유 같은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다. 국내 8개 해운사(상장사)가 맺은 CVC 규모는 총 12조원에 달한다.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 대한상선, 대한해운 등이 주요 해운사다. 기존 구 회계기준에서 이들 해운사는 CVC를 전액 매출로 잡았다. 1년에 약 1조2000억원의 매출이 CVC였다.

그런데 국제회계기준이 바뀌면서 CVC 중 절반가량은 리스로 회계처리를 하게 했다. CVC 자체가 화주에 배를 빌려주는 계약(리스 요소)과 운항비·연료비를 부담하는 계약(용역)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하면 CVC계약 의존도가 큰 국내 벌크선사는 매출이 뚝 떨어지게 됐다. 아울러 CVC 계약을 맺은 화주(포스코·한전)는 리스로 회계처리 되는 부분만큼 부채가 증가하게 됐다. 만약 2018년까지 이미 체결된 CVC계약에 새 회계기준을 소급적용하면 해운사는 10년간 최대 6조원 매출 감소, 화주는 7조원의 부채 증가가 불가피했다(1조원의 차이는 해운사 중엔 새 회계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비상장사가 있기 때문에 발생).

해운업계는 안정적인 원재료를 확보해야 하는 한국의 특수성 때문에 CVC 계약이 많은데도, 새 회계 기준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불만이 컸다. 회사의 실제 영업은 그대로인데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해서 자칫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한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해운사의 회계기준 문제 해결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우 회장은 “현재 국내 해운업은 산소 호흡기를 쓰고 있는 것과 같이 어렵다. 재무구조 개선 등 법적 기준 완화만으로 수만 명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추후 해양수산부 장관을 통해 관련 현황을 듣도록 하겠다”고 관심을 보였다.

당시 현장에서 우 회장은 해운업계의 선박 구입용 대출금의 회계처리 문제를 주로 제기했지만, 해운업계에선 CVC 계약의 매출 감소만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CVC 계약 물량이 큰 대한상선과 대한해운이 SM그룹 소속이다.

이에 금융위가 23일 내놓은 감독지침엔 “옛 회계기준에 따라서 이미 전액 매출로 회계처리했던 CVC 계약이라면 2019년 이후에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운업계의 입장을 대폭 수용한 조치다. 김선문 금융위 회계감독팀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합리적인 지침을 마련했다”며 “해운사는 최대 6조원의 매출쇼크를, 화주는 최대 7조원의 부채쇼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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