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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선거제 패스트트랙 1표차 가결… 분당으로 치닫는 바른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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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표결 쥔 오신환 반대 입장

민주·평화·정의, 만장일치 추인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與野) 4당은 23일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키로 한 합의안을 각 당 의원총회에서 추인했다. 이에 따라 25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표결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상당수 의원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고 있어 정상적 표결이 진행될지는 확실치 않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청와대 앞에 천막까지 치겠다"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은 이날 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여야 4당은 이날 오전 10시 각 당 의총을 동시에 열었다.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만장일치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 4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였다. 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2명, 반대 11명'으로 가결을 선언했다. 불과 한 표 차이로 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처리가 의결된 것이다. 그러나 바른정당계(유승민계) 의원들은 "당론으로 인정받으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가결 선언에 반발했다.

당원권이 정지된 이언주 의원은 "지도부가 꼼수를 썼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사개특위 소속인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25일 실제 국회 표결이 이뤄지지 않거나 부결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사실상 분당(分黨)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승민 의원은 "당 진로에 대해 동지들과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했다.

◇과반 찬성 의결… "당론 아니다"

조선일보

이날 의총엔 바른미래당 의원 23명이 참석했다. 당원권 정지 상태라 의결권이 없는 이언주·박주현·장정숙·이상돈 의원과 당 활동을 하지 않는 박선숙 의원, 출장 중인 박주선 의원을 제외한 숫자였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 발언부터 비공개로 진행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유의동·지상욱 의원은 "역사적 의총을 왜 비공개로 하느냐" "이게 무슨 민주 정당이냐"며 공개 의총을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관행에 따라 비공개로 하겠다"며 취재진 퇴장을 요구했다. 일부 당직자는 "나가라고 하면 좀 나가라"며 고성을 질렀다.

비공개 의총에서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는 의결정족수를 놓고 충돌했다. 김 원내대표 등 찬성파는 '의총은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한 당헌 53조를, 바른정당계 반대파는 '주요 정책, 법안 등에 대한 당론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정한다'고 한 당헌 54조를 내세우며 대치했다. 결국 의결정족수를 정하는 표결부터 이뤄졌고, '과반 찬성' 의결 방침이 정해졌다. 이어진 무기명 본투표에선 1표 차이로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추인됐다. 바른정당계 8명에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 3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 측은 "반대표가 예상보다 많이 나와 놀랐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의총 결과는 공식 '당론'이 아니어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유승민 의원은 "당헌에 규정된 3분의 2 이상 찬성이 아니기 때문에 당론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당론이라는 표현은 민감하기 때문에 쓸 수 없다"고 했다.

◇이언주 탈당… 집단 탈당으로 이어지나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추인되자 이언주 의원은 즉각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의총은 이 의원이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다면 가부(可否) 동수로 부결됐을 상황이었다.

이 의원 탈당으로 바른정당계의 '도미노 탈당'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은 이날 "한 표 차이로 당의 의사 결정을 한다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면서도 탈당 질문에는 "그 정도만 말하겠다"고 했다. 유 의원 등 바른정당계 8명은 의총 후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현재 반대파 11명 중 당장 탈당 가능한 의원은 바른정당계 8명이다.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 3명은 탈당 즉시 의원직을 잃는다. 그럴 경우 바른미래당 교섭단체 지위는 20석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원내 지도부와 뜻을 같이하는 의원이 12명뿐이어서 '캐스팅 보트 정당' 역할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날 바른미래당이 당내 싱크탱크인 바른미래연구소에서 진행한 4·3 보궐선거 여론조사 지출 내역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손학규 지도부가 4회 여론조사에 예산 4900만원을 지출한 내용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그러나 전·현직 원외 위원장 50명은 이날 손 대표 사퇴 반대 성명을 냈다.

☞패스트트랙

쟁점을 다투는 법안의 장기 표류를 막기 위해 만든 제도. 재적 의원 또는 소관 상임위원 '5분의 3 찬성' 시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내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돼 있음.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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